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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비교(比較)는 비교(悲敎)다

우리는 어쩌면 태어나기 전부터 많은 비교를 당하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또래의 새댁들은 남보다 먼저 아이를 가지면 은근 유세를 떤다. 아기가 태어나면 얼마나 큰지 다른 아기와 비교한다. 자라나면서 친구들이나 형제자매끼리 키를 재거나 손이나 발의 크기를 비교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남보다 크다는 것이 왜 자랑거리가 되어야 하는가. 크고 작고, 마르고 뚱뚱하고, 그런 비교를 당하면서 키가 작다고 괜히 기죽거나 뚱뚱하다고 부끄러울 이유는 없다. 건강하고 사는 데 불편함만 없으면 된다.

외모 비교는 크기뿐만이 아니다. 예쁘다 못생겼다의 평가는 끊임이 없다. 아기가 태어나면 누구를 닮았는지, 부모의 어떤 좋은 점을 닮았는지 살핀다. 다른 아기보다 예쁜지도 비교한다. 그런데 과연 예쁘다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 것인가. 사실 외모에 대한 관심은 욕심으로 이어져서 교정이나 심지어 성형을 하기도 한다. 부모가 주신 얼굴이 아닌 완전히 다른 얼굴로 탈바꿈하는 경우도 있다. 마치 계절에 따라 바뀌는 패션의 유행처럼 미용 성형도 유행이 있다. 그럼 그 유행이 바뀐 후에도 고친 얼굴을 만족할 수 있을까.

교육에서 비교는 더욱 심하다. 글을 얼마나 빨리 깨우치는지, 산수 능력이 얼마나 빠른지도 부족해서 아직 국어도 잘 모르는 아이들에게 외국어를 가르치고 수학의 선행 학습은 당연시되어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박세리가 우승하자 골프 붐이 일었고 김연아를 꿈꾸는 스케이터들이 늘었으며 어린 박지성과 추신수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뛴다. 수많은 어린 연예인 지망생들이 스타를 꿈꾸는 엄마들 손에 이끌려 춤과 노래, 연기를 배운다. 남보다 잘 해야 하고 남보다 눈에 띄어야 하고 남보다 빨리 자리 잡아야 하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은 왜 하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훈련을 받는다.

내가 어쩌다가 지인들의 좋은 소식, 이를테면 어느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갔다든가 어떤 상을 탔다든가 그런 얘기를 하면 우리 아이들은 잘 됐다거나 축하한다고 한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가, 뭐 그런 반응도 보이기도 한다. 미국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다. 친구를 사귀는 데 그의 성적이 어떤지 큰 관심 없다. 친구끼리 학습을 돕기도 한다. 경쟁보다는 함께 공부하는 학우이다. 성악을 하는 어느 후배의 일화가 떠오른다. 사업을 하는 부친이 딸에게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서 가르쳤는데 왜 세계적인 프리마돈나가 되지 못하냐고 따지자 그녀는 아버지에게 왜 빌 게이츠처럼 부자가 되지 못 했냐고 받아쳤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공부는 많이 했어도 부모에 대한 예의범절은 배우지 못한 인성이 아쉽다.



스노보드 선수 클로이 김의 재능을 일찍이 알아본 그녀의 아버지는 늘 딸을 데리고 스키장을 찾았지만 엄격하게 훈련시키는 대신 언제나 잘 한다고 칭찬했다고 한다. 클로이의 해맑은 미소가 증명하듯 그녀가 얼마나 스노보드를 좋아하는지 짐작이 간다. 역시 남이 하니까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니까 해야 더 잘 할 수 있고 행복하지 않을까?


손영아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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