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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고개 들어 별을 보라"

우주를 우아하게 풀어내든 시인은 별이 되었다.

몸의 근육이 서서히 굳어가는 불치의 병인 루게릭병을 극복하고, 20세기를 대표하는 위대한 물리학자가 되어 '휠체어를 탄 아인슈타인' '현대과학의 아이콘'이라는 애칭을 얻게 된다.

이 인간승리의 대명사이자 천재물리학자이며 이 시대 최고지성은, 인류과학사에 크나큰 족적을 남기고 평생 그토록 사랑했던 우주로, 2018년 3월 14일 오전, 지구를 떠나 빛나는 별이 되었다.

그의 이름은 스티븐 호킹(1942-2018)이다.



그가 일생을 걸고 궁구한 화두는 무엇인가. 시공의 생성과 소멸, 만유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와 같은 궁극인가. 그 뿐인가. 간다면,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그 같은 영생과 윤회는 예외인가.

그는 "고개를 들어 별을 바라보라"고 했다. 이 말은 우주의 기원, 존재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 궁금해 하고 호기심을 가지라는 권면일 것이다.

"우리의 관심을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에만 기울인다면 그건 인간 정신을 제한하는 일이나 다름없다"고도 했다. 인간사유의 한계와 지평을 티끌 같은 지구에서 광대한 우주로 확장한 그다운 면모를 느낄 수가 있다.

현대물리학에 의하면 세계는 거시세계(중력이론)를 지배하는 원리와 원자 이하의 미시세계(양자역학)를 지배하는 원리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호킹 박사는 두 원리를 통일하여 하나의 원리로 세계를 해석하고 설명할 수 있는 대통일장이론(만물이론)에 천착했으나, 여전히 화두로 남겨둔 채 지구별을 떠났다.

화두란 본시 '묻지 않는 질문에 답 없는 답'을 찾아 '길 없는 길'인 구만리장천을 헤매는 지난한 일이다. 그러나 질문이 있는 한, 답 또한 있어야할 것이다.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 일체진중역역시(한 티끌이 우주를 머금었고 티끌마다 그러하다) 무량원겁즉일념(無量遠劫卽一念) 일념즉시무량겁(영원한 시간은 한 생각, 한 생각이 영원한 시간)". (신라시대, 의상대사의 '법성게' 중에서)

수천 년 전 불교교의에 의하면, 공간적으로 극소단위의 물질은 그 자체로 무량우주와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시간적으로 한 생각 찰나 속에 영겁이 포함되어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 거시든 미시세계든 궁극의 원리는 하나로 통한다고 설파했다.

역설의 대가 혜시도 '지극히 큰 것은 밖이 없고 지극이 작은 것은 안이 없어, 지극히 큰 것은 작은 것과 같고 지극히 작은 것은 큰 것과 같다'고 한 바 있다.

그 하나는 '연기법(緣起法)'이다. 그것은 독립된 존재란 없으며 존재의 생멸과 성쇠는 '말미암아 일어난' 상호의존관계임을 뜻한다. 이것과 저것은 모두 '경계 없는 경계'들로, 세계는 상의상관적(相依相關的) 현상들의 거대한 관계망인 '생명의 그물'이다.

아무려나, 스티븐 호킹은 이 슬프도록 아름다운 '푸른 조약돌'의 자장을 벗어나, 광활하고 생명 찬 우주의 일원이 되어 무한자유를 무한히 누리게 되리라.

'영원한 여행을 떠난 위대한 호모 사피엔스여.'

musagusa@naver.com


박재욱 / 나란다 불교아카데미 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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