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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새 이름이 갖는 의미

정신분석가 이승욱이 쓴 '천 일의 눈맞춤'의 한 부분이다. "한국 여성들의 발달적인 특징 중에서 흔히 결여되는 지점이 하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바로 자신이 진짜 여성이 되어본 경험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아이를 낳았다는 것은 엄마가 된 것이지 여성이 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기 스스로 여성이 되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선물을 아무리 많이 받아도 아무리 많은 섹스를 해도 자신의 '여성됨'을 경험할 수 없다. 여성이 된다는 것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여성됨을 찾아내고 자기 안에서 확인하는 주체적인 경험이다. 이런 경험을 거친 후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면 엄마가 된다는 것을 좀 더 주체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여성이 되어본 적이 없는 정서적인 '청소녀' 상태에서 바로 엄마가 되어버리면, 성인이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 '청소녀'가 어린아이를 키우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렇게 중년이 되어 아이가 성장하고 나면 많은 중년 여성들이 '여자로서의 내 삶은 어디로 가버렸지?'하는 깊은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사실은 한 번도 가져보지 못했으면서 엄마로서의 삶 때문에 내 여성으로서의 삶이 없어져버렸다고 억울해하고 상실감을 호소하는 것이다. 다행히도 유예됐던 발달은 인생의 어느 순간, 다시 한 번 기회가 찾아온다. 성장 과정에서의 결핍을 안고 부모가 되었더라도 육아를 통해 다시 나의 삶을 돌아보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아기의 탄생은 곧 나의 새로운 탄생이기도 하다."(26~27쪽 편집)



아기의 탄생으로 인해, 곧 새로운 존재와의 만남을 통해 우리는 자기 본연의 모습을 새롭게 발견하고 성장할 수 있게 된다. 요한복음 1장에서 예수님께서 세례자 요한의 두 제자에게 '와서 보라'는 초대는 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들 중 한 명인 안드레아는 자신의 형 시몬에게 가서 말한다. "우리는 메시아를 만났소."

안드레아가 말한 메시아는 이스라엘 민족이 약 600년 동안 기다려온 이스라엘의 임금이자 세상 마지막에 하느님께서 보내주실 구세주를 의미한다. 예수님의 초대를 받아 한나절을 함께 지낸 그들의 체험이 얼마나 강렬했기에 이런 고백을 할 수 있었을까.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특별히 강연을 했다거나 기적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그분 안에 머물며 그분을 바라보게 했을 뿐. 우리에게도 이런 만남, 이런 시간이 필요하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저 그분만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안드레아가 시몬을 예수님께 데려가자 예수님께서는 시몬에게 '베드로'(케파. 바위)라는 새로운 이름을 주셨다. 새 이름을 줬다는 것은 그에게 새로운 정체성과 역할을 갖게 해 주셨다는 뜻이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도 시몬에게 하셨던 것과 똑같이 그렇게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하고 싶어 하신다. 오늘 이후 주님께서는 나에게 어떤 일을 맡기실까. 나를 향한 그분의 말씀에 주의를 기울이며 그분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park.pio@gmail.com


박비오 신부 / 천주교 성 정하상 바오로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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