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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현실 착각에서 오는 '갑질'

최근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의 '물컵 갑질' 논란에 대중이 공분하고 있다.

재벌들의 갑질 논란은 그동안 끊이지 않고 계속됐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여러 재벌이 이미 각종 구설수로 여론의 물매를 맞은 바 있다.

어느 정도 사회적 위치를 가진 그들에게서 왜 자꾸만 이와 같은 몰상식적 행태가 반복될까. 무엇보다 본인이 속해 있는 영역과 본래 '현실'이라는 더 넓은 실제 영역을 혼동한 탓이다. 그들이 속해 있는 구조(기업)는 매우 한정되고 제한된 영역이다. 본인이 직접적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은 기업이라는 구조 내에서만 유효하다.

그러한 환경에 너무 익숙해지다 보면 본인의 힘이 기업이라는 영역과 별개인 외부의 더 넓은 세계에서도 통용될 거라는 착각에 빠져든다. 구설수에 올랐던 재벌들이 내키는 대로 행패를 부릴 수 있었던 이유다. 사회가 '나' 중심으로 돌아가며, 모든 영역이 마치 본인의 힘 아래 놓여있는 것 같은 정신적 착시 현상인 셈이다.



반면, 그들의 영역 밖에 거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눈치를 볼 이유도, 행패 따위를 받아줄 이유가 전혀 없다. 기업 구조 안에서 그들은 특별한 위치일지 몰라도, 외부에서는 그런 존재로 인식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들의 영역 안에 속해있는 사람들은 오너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기 때문에 참아야 하는가. 아니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얼마전 '요즘 직장인들, 오너 2,3세 갑질 못 참아'라는 제목의 기사가 한국의 유력 신문에 보도된 바 있다. 신세대 직장인들은 과거와 달리 변화된 사고 방식으로 인해 불합리적이거나 몰상식적인 일을 당했을 때 그것을 참을 이유가 없어졌다는 내용이다.

요즘 젊은층은 1세대와 달리 평생 한 회사에 몸을 바쳐야 한다는 사고에 얽매이지 않으며, 주입식이 아닌 비교적 합리적이고 소통을 강조하는 교육 환경에서 자라난 신세대에게 '절대 복종'이라는 구호를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이다.

종교가 인생에 던지는 궁극의 질문 역시 갑을(甲乙)의 의미를 무색하게 한다. 종교는 현세가 아닌 내세에 방점을 찍는다. 이는 그 어떤 것도 소유하지 않는 불가항력의 죽음을 반드시 마주한다는 것과 인생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내세를 향한 종교의 물음 앞에서 과연 인간이 유한한 것의 소유를 맹신할 수 있는가. 현세의 가치로 치장된 '나'는 본래의 모습을 망각하게 한다. 하지만, 원래의 '나'는 덕지덕지 붙은 것을 떼버리고 오롯이 남은 게 실체다.

유한한 것을 얼만큼 소유했느냐에 따라 현세의 서열을 나누고 그 힘을 과신 또는 오용한다면 그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누구나 예외없이 인생은 죽음으로 귀결해서다. 그 앞에서 도대체 누가 겸허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행동의 성숙은 신중과 겸손이 수반될 때 이루어진다. 그게 안되면 현실을 착각하는 재벌의 행태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대중은 그 지점에서 공분하고 있다.


장열 사회부 차장·종교 담당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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