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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올해는 한국과 미국이 수교한지 136주년, 그리고 동맹관계를 수립한지는 65주년이 되는 해이다. 한미동맹은 한반도에 전쟁의 재발을 억제하고 한국이 산업화와 민주주의의 길로 진입할 수 있는 긍정적인 면이 많았다. 그러나 오랜 군사적 동맹관계로 미국에 대한 종속적 관계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독립국가로서의 자주권 행사에 큰 제약을 받음은 물론 강대국의 이해관계로 민족의 통합이 지연돼 온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1945년 광복과 동시에 분단의 길을 걷게 된 남과 북은 한차례 모진 동족상잔을 벌였으면서도 65년 동안이나 전쟁상태를 종식시키지 못하고 끊임없는 갈등과 대결을 지속해오는 불행한 민족이었다. 그 답답했던 질곡의 세월을 깨고 나온 것이 4·27 남북정상회담이다.

6·15 공동선언이 그러했듯이 4·27 판문점 선언은 강대국에 사정하거나 허가를 받아 만든 것이 아니라 남과 북 지도자가 한반도 문제 당사자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었다. 6월 12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은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완결판으로 온 세계가 손에 땀 흘리며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좋은 일에 흔히 끼어들 수 있는 걸림돌을 방지하기 위해 당사자들이 특별히 조심해야 되는 것인데도 미국이나 한국 정부가 소홀했던 점은 인정해야한다.

미국 정부는 본심 반, 흥정 반의 마음이었겠지만 회담에 나올 상대방을 마치 패전국 장수 대하듯 너무 모욕적인 조건으로 유인하려했던 것이 실책이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김정은 위원장과 악수하고 밥 먹고 기분 좋게 헤어진 것을 다 된 것으로 여겨 한미군사훈련이며 탈북자의 발언 등에 세심하게 마음을 쓰지 못한 부주의가 있었다. 그렇다 치더라도 또 하나의 당사자인 북한의 태도는 심하게 도를 넘어섰다.



지난 16일 남북 고위급회담은 깨지 말았어야 했다. 예정대로 그날 회담에 나와서 당면한 남북문제를 논의하고 모두 발언이나 핫라인을 이용한 다른 기회를 통해 불만인 점을 밝히면서 미국에 대해 그 점이 시정되도록 각별히 부탁한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 옳았다. 정상국가로 나온다는 것은 상대국과의 모든 관계에서 신의, 성실의 원칙으로 약속을 지키고 예의를 지키는 것이 첫 걸음이다. 그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에서 한반도 평화시대의 개막을 선언하고 남북 간에 합의한 내용은 반드시 지킨다는 약속을 한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또 뒤집다니.

남측에 대해 '철면피와 파렴치의 극치'라느니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 현 정권과 다시 마주 앉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북한 당국자들은 지난 해 12월 이전의 북한과 올 1월 이후의 북한이 확실히 달라졌다고 열심히 옹호해 준 사람들을 더 이상 돌아서게 하지 말아야 한다.

내일(22일) 워싱턴에서 한미정상회담이 열린다. 이런 때 일수록 한미공조는 굳건히 지켜나가되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엇이 우리 민족의 이익이고 어느 것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로 가는 바른 길인지를 솔직하고 담대하게 전달하기 바란다. 한 쪽은 우리의 오랜 동맹이고 다른 한 쪽은 언젠가는 더불어 살아야 할 우리의 동족이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벌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사전 중재 역할과 이어서 있을 북미 간 본회담에 7500만 한민족은 물론 온 세계인이 손에 땀을 쥐며 주시하고 있다.


김용현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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