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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한반도의 질주와 정지

질주하던 한반도 정세가 일순간 멈춘 듯이 보인다. 북한이 고위급 회담을 연기하고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 현장에 한국 기자의 취재를 거부하면서 한반도 정세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다가오는 조미(북미) 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성명을 내자 우려는 일순간 비관으로 기우는 것처럼 보였다.

김계관 제1부상의 성명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대표되는 강경파의 주장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겠다는 의도였다. 볼턴은 먼저 핵을 포기해야 나중에 보상한다거나 핵 말고도 미사일과 생화학무기까지 완전폐기하라는 주장을 계속했다. 이에 대해 협상의 방식과 협상의 대상을 분명히 하자는 것이었다. "대화 상대방을 심히 자극하는 망발"이라고 표현을 보면 거센 항의였다. 볼턴의 잇따른 강경 발언에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를 부인하거나 제지하지 않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명확한 태도를 요구하는 측면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이 있는 자리에서 "리비아 모델은 전혀 아니다"라고 밝히는 방식으로 북한에 응답했다.

북미 정상회담 일시와 장소가 확정되기까지 남북미는 전례 없는 속도로 달려왔다. 최근의 상황은 속도가 크게 떨어졌거나 멈춘 것처럼 보인다. 지금까지 속도가 워낙 빨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난마를 한 번에 베지 못한다고 쾌도가 아닌 것은 아니다. 또 탑승자가 늘면 의견도 많아진다. 중국과 일본이 남북미의 열차에 자국의 이익을 안고 타려 애쓰고 있다. 볼턴의 입장 속에는 일본의 시각이 반영됐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을 수도 있다"며 중국을 경계했다. 김 위원장의 태도가 바뀐 시점이 북중 정상회담 아니냐는 의혹이다.

그렇지 않아도 북미회담에 대체로 부정적이었던 미국 언론의 시각은 더 부정적으로 변했다. '트럼프 측근들은 정상회담에 회의적'이라거나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우위를 허용하고 있다'는 기사뿐 아니라 '전문가들에게 북한 핵 실험장 폐기는 증거인멸' '트럼프-김정은 회담 붕괴에 가깝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런 부정적인 예상에도 기차는 계속 달리고 있다.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는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일종의 선수 교체 분위기가 있다. 볼턴은 전면에서 사라지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나섰다. 펜스 부통령은 "김정은이 합의하지 않는다면 리비아 모델이 끝장난 것처럼 이것도 끝나게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대신 므누신 장관은 "북미회담 추진은 계속 진행 중"이라고 회의론을 달랬다. 트럼프 대통령도 22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한 자리에서 "(비핵화와 관련해) 김 위원장이 진지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정도면 충돌 가능한 안팎의 의견이 정리되는 단계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이 6월에 열리지 않을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대목은 북한의 '북미 수뇌회담 재고려' 발언을 되친, 약간의 기세 싸움 정도다. 그것도 회담 취소가 아니라 6월에 열리기 어려울 수 있다는 연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었다.

더 중요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괄타결 방식을 언급한 대목이다. "한꺼번에 이뤄지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수도 있으니 아주 짧은 시간에 딜이 이뤄졌으면 바람직하겠다"고 말한 부분이다. 파국이 아니라 협상 의제와 방식에 대한 조율이 이루어지고 있거나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협상을 깰 것이라면 의제와 방식을 이렇게 열심히 이야기할 이유는 없다.


안유회 논설위원 ahn.yoo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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