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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세유ㆍ엑상 프로방스…지중해의 낭만 속으로

몬테크리스토 백작ㆍ세잔의 '고향'
범죄도시서 '유럽 문화 수도' 변신

항구로부터 불어오는 비릿한 봄바람이 향긋하기까지 하다. 하늘도 푸르고, 발아래 펼쳐지는 도시의 파노라마가 소인국의 그것처럼 아득하다. 500여 피트(약 160미터) 언덕의 높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이 성당은 우뚝 솟아 있다. 마르세유에서 가장 높은 이곳에 자리잡은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 성당'(Basilique de Notre Dame de la Garde)은 이 도시의 상징이나 다름없다.

성당은 푸른 수평선부터 빨간 지붕을 이고 선 집들이 빽빽이 들어찬 시가지의 모습까지 마르세유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최고의 뷰 포인트다. 1864년 로마 비잔틴 양식으로 내부는 화려한 모자이크로 장식돼 방문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프랑스어로 노트르담(Notre-Dame)은 성모 마리아를 뜻한다. 그렇기에 프랑스에는 성모 마리아를 주보성인으로 하는 성당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150피트 높이의 종탑 꼭대기에는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황금색 성모마리아상이 도시를 지켜주듯 내려다 보고 있다.

내부 역시 외관과 같이 줄무늬의 신 비잔틴 양식으로 화려하고 아름답기 그지 없다. 주랑 천장에는 다양한 배 모형들이 매달려 있는데, 고기잡이 나간 배들의 무사 귀환을 염원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항구 앞에는 눈길을 끄는 작은 바위섬이 자리하고 있다. 마치 손만 뻗으면 닿을 듯한 이 섬(Chateau d'Ifㆍ샤토 디프)은 15세기 프랑수아 1세가 스페인과 이탈리아와의 해전에 대비해서 만든 요새였으나, 실전은 치러지지 않았다. 후에는 면회를 할 수 없는 중죄인들이나 정치범들을 가두는 감옥으로 쓰이면서 악명을 떨쳤던 곳. 알렉산더 뒤마는 그의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에서 이곳을 배경으로 썼다.

에드몽 당테스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14년간이나 갇혔다 탈출했던, 소설 속의 그 절망적이며 암울했던 섬치고는 너무도 작고, 도시와 항구와 가까워 아름답기까지 하다.

마르세유는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방에서 가장 큰 도시로, 프랑스에서는 두 번째로 큰 도시다. 무려 26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유서 깊은 이 도시는 기원전 600년 경 그리스 사람들이 만든 항구도시였다. 오랜 세월, 시간의 벽돌이 하나하나 빼곡하게 쌓여 그 어느 한적한 골목에도 저마다의 굵직한 사연이 숨어 있을 법한 도시다.

이 도시는 지금 일대 변신을 꾀하고 있다. 과거의 '복잡하고, 지저분하고, 치안이 좋지 않은 항구도시'의 이미지로부터 탈피하여 도시는 남부 유럽의 새로운 문화적 중심이자 신구의 아름다움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흥미로운 도시로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인구의 4분의 1이 이주민이나 외국인 출신이라는 것이 과거에는 불화와 위험의 신호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변화와 다양성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

프랑스 본토 출신이 아닌 이주민들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사람들은 바로 한때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 사람들이다. 알제리, 튀니지, 모로코, 폴란드, 터키, 루마니아,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마르세유. 그에 따라 가톨릭, 이슬람교, 유대교, 개신교, 힌두교, 불교 등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고 있다. 마르세유는 다양한 인종과 종교가 어우러져 더욱 변화무쌍한 볼거리를 만들어내는 풍요로운 문화접변의 도시가 되었다.

항구로 내려오니, 노천 식당에서는 관광객들이 부야베스(bouillabaisse)를 앞에 두고 입맛을 다시고 있다. 마르세유의 대표 음식인 부야베스는 프랑스식 생선 스튜인데, 우리나라 음식에 비유하자면 온갖 해물을 섞어 넣어 끓인 해물잡탕에 가깝다. 온갖 채소와 토마토, 사프란, 다양한 해산물을 끓인 진한 국물에 치즈와 마늘을 바른 빵을 곁들여 먹는 뱃사람들의 음식이었다. 이를 맛보지 못해 아쉽지만 발길은 도시의 북쪽 엑상 프로방스로 향한다.

프로방스는 정식 행정구역으로는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Provence-Alpes-Cote d'Azur)로 불리는 지역이다. 알프스 산맥의 서쪽 자락이 이 지역으로 뻗어 있고, 동쪽으로는 이탈리아 북부와 맞닿아 있다. 지중해가 펼쳐져 있는 남쪽 해안으로는 칸, 니스, 마르세유, 생트로페 같은 유명한 해변 도시가 있다. 태양과 산, 바람과 별이 빚어낸 프로방스의 자연은 20세기 미술과 문학의 토양이 됐다. 네덜란드의 우울한 하늘을 벗어나 아를에 자리잡은 고흐를 비롯해서 스페인에서 이주해 온 피카소와 '별', '마지막 수업'으로 유명한 작가 알퐁스 도데도 이곳 출신이다. 이뿐이랴. 프랑스를 대표하는 화가 폴 세잔도 프로방스에서 나고 자랐다. 프로방스의 대표 도시로 꼽히는 액상 프로방스(Aix-en-Provence)엔 그가 거주했던 아틀리에와 그의 가족들이 40년 동안 소유했던 '자 드 부팡' 별장이 있다.

가파른 골목길 왼쪽에 자리한 '세잔 아틀리에'는 무심코 가다보면 지나치기 쉬울 정도로 입구는 조촐했다. 부유한 은행가 아버지 덕택에 유복한 유년기를 보냈지만 화가가 되는 걸 반대한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미술 공부를 위해 파리로 가게 된다. 이후 아버지가 지병으로 숨지면서 많은 유산을 상속받은 세잔이 지은 2층 짜리 아틀리에다. 2층 전체를 아틀리에로 사용했던 그곳에는 그가 정물화에 사용했던 미술 도구와 오브제들이 그 대신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5세기부터 18세기까지 로마네스크 양식의 문에서 부터 고대 그리스로마 양식의 벽, 고딕양식의 조각당, 14~5세기 사이에 지어진 종탑 등 댜다양한 건축양식을 보여주고 있는 생 소뵈르 대성당을 거쳐 미라보 광장에 이르렀다. 17세기 마차를 위한 곳으로 지어진 이 광장은 도시의 중심이 되었다. 주변으로는 화려한 17~8세기의 건축물과 분수가 나른한 봄날의 햇살을 만끽하고 있다.


백종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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