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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크로아티아 축구의 영웅적 분투

크로아티아가 졌다. 프랑스가 이겼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을 다 설명하지 못한다. 크로아티아가 '영웅적으로' 졌음을 말해야 결승전을 온전히 설명할 수 있다.

애초부터 많은 사람은 프랑스의 우승을 예상했다. 객관적 전력에서 크로아티아 축구 대표팀은 프랑스에 밀렸다. 전력에서 뒤지는 것이 끝이 아니었다. 결승까지 올라오는 여정도 프랑스는 가뿐하고 크로아티아는 험난했다.

프랑스는 평균 연령 26.1세의 젊은 팀이었다. 결승까지 5승 1무의 성적을 거두는 동안 한 번도 연장전을 치르지 않았고 휴식 날짜도 크로아티아보다 하루 많았다.

크로아티아는 평균 연령 27.9세로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았다. 16강부터 준결승까지 세 경기 연속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치렀다. 이 중 두 경기는 승부차기로 끝냈다.



크로아티아는 경기 시작과 함께 프랑스를 강하게 압박했다. 객관적인 기록과 전력의 열세와 체력적 부담 등 어느 하나 유리할 것 없는 상황을 거슬러 올라가는 기세는 당당했다. 이 태도 하나로 크로아티아는 장엄한 서사를 쓰기 시작했다.

불운은 노력하는 자에게도 온다. 크로아티아는 경기를 지배했지만 골 운은 프랑스 편이었다. 크로아티아는 반칙으로 프리킥을 줬고 실점했다. 프랑스가 찬 골은 크로아티아 선수의 머리를 스치고 들어갔고 나중에 밝혀진 대로 반칙은 프랑스 선수의 할리우드 액션이었다. 불운이었다.

이번 월드컵이 누군가의 시나리오였다면 크로아티아의 역할은 프랑스 우승을 빛내는 조연이었다. 프랑스엔 행운이, 크로아티아엔 불운이 계속됐다. 크로아티아가 동점으로 따라가자 이번엔 크로아티아의 핸들링 반칙이 선언됐다. 맞다, 아니다 말도 많았지만 프랑스는 다시 골을 넣었다. 크로아티아는 시나리오를 거부하듯 쓰러지고 일어나고 달렸다. 그래도 불운은 멈추지 않았다. 이번엔 관중이 경기장에 난입해 다시 살아나는 크로아티아의 흐름을 끊었다.

패배는 점점 더 가까워졌다. 패배를 예감했을 것도 같은 순간에도 그들은 불운을 투덜대지 않았다. 시간은 흐르고 몸은 무겁고 운은 끝내 오지 않았지만 비극 속의 영웅처럼 뛰었다.

이들이 귀국하자 전인구 416만 명의 10%가 넘는 55만 명이 환영에 나섰다. 환영식만 보면 우승팀이 프랑스인지, 크로아티아인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크로아티아 시민들은 대표팀을 향해 '챔피언'이라고 외쳤다. 그들은 분투가 패배를 넘어서는 '영웅적 분투'를 보았을 것이다.

크로아티아는 유고슬라비아에서 벗어나 독립을 선언한 뒤 1991~1995년 유고슬라비아 인민군과 세르비아 지역군과 전쟁을 치렀다. 20년이 넘었지만 전쟁의 상흔은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전쟁으로 격감한 관광 수입은 최근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실업률은 여전히 20%에 이른다. 청년 실업률은 43%나 된다. 2013년 유럽연합(EU)에 가입하면서 공산주의에서 자본주의로 가고 있지만 번영의 길은 아직 멀다. 크로아티아도, 시민도, 축구팀이 그랬듯 하루하루 분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챔피언'이라고 불렀을 것이다. 아직 우승팀은 아니지만 패배를 넘어선 영웅적 분투 다음에는 우승의 순간이 있을 것이라고 믿을 만하지 않은가.

가장 대중적인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정치적이다. 축구도 그렇다. 전범국으로 4년간 국제대회 출전을 금지당했던 서독이 1954년 월드컵에서 당시 최강 헝가리를 역전승으로 꺾고 우승했던 '베른의 기적'이 후대에 라인강의 기적을 알리는 전주곡이었다고 평가받은 것처럼 말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도 꼭 공평하지만은 않은 매일매일을 분투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크로아티아를 응원했던 이유가 아닐까.


안유회 논설위원 ahn.yoo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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