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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환 법률칼럼] 저작권 침해, 오해 가능성마저 피해야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8/07/25 미주판 7면 기사입력 2018/07/26 14:39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는 도쿄이다. 개최국 일본과 개최도시 도쿄는 막바지 준비에 전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하지만 도쿄올림픽 준비 과정은 시작부터 불명예와 수치를 안았다. 올림픽 엠블럼의 저작권 침해 문제 때문이다. 올림픽 개최를 5년 앞둔 2015년,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대회 엠블럼을 발표하였다. 일본의 유명 디자이너 사노 겐지로의 작품이었는데 알파벳 ‘T’를 응용한 매력적인 상징물로 보였다.

그런데 벨기에의 디자이너 올리비에 도비가 표절을 문제 삼으며 사용 금지를 신청하였다. 자신이 2013년에 디자인한 극장의 로고와 매우 비슷하다는 이유였다. 보통 사람이 보기에도 이 두 도안은 너무나 닮았다. 사건이 불거진 직후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와 디자이너 사노 겐지로는 표절을 극구 부인하면서 엠블럼을 계속 사용할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여러 사실이 드러나고 여론이 극도로 나빠지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었다.

표절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공개한 엠블럼의 초기 원안조차도 유명 타이포그라피 디자이너의 도안을 베낀 것처럼 보였고, 사노 겐지로와 그의 디자인 회사가 평소 대수롭지 않게 저작권 침해를 일삼았음이 드러난 것이다. 디자인업계와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유착 관계도 의혹의 대상이 되었다. 스캔들과 진통 끝에 사노 겐지로의 엠블럼은 폐기되었다.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원점에서 다시 출발해야 했다. 결국 일반 공모 방식을 통해 2016년 4월에 새로운 엠블럼을 발표하게 되었다. 이 사건은 세계적 축제 준비의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으며 일본인의 자긍심에 깊은 상처를 주었다. 엠블럼 변경으로 인한 손실과 기회비용 상실도 적지 않았다.

이 사건은 빈곤한 저작권 감수성 때문에 비롯되었다고 판단된다. 창작 행위를 직업으로 삼은 디자이너, 그것도 거물급 디자이너라면 당연히 저작권 감수성이 예민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평소에도 사소한 저작권 침해를 일삼았던 디자이너는 국가 중대사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말았다.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 역시 저작권 감수성이 너무나 부족했다. 엠블럼을 채택할 때 세밀하게 조사하는 과정을 생략했다. 공개하고 검증하는 대신 몇몇 전문가가 밀실에서 결정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표절 문제가 불거진 이후 초기 대응도 미숙했다. 변명을 늘어놓으며 책임을 회피하는 데 급급했다. 그때라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전향적 태도를 보였어야 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상처와 손실을 줄이며 명예를 지킬 수 있었을 것이다.

국가나 지역 단위의 큰일이든 기업 단위의 프로젝트이든 중요한 일의 추진 과정에는 여러 위험한 변수가 작용한다. 저작권 문제는 대표적이다. 작은 허점이 치명적인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 현대는 초공개, 초연결 사회이다. 사소한 저작권 침해라도 곧바로 드러난다. 아무리 미미한 영역이라도 저작권 침해는 절대 금물이다. 심지어 오해 가능성마저 피해야 한다. 변명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적당히 넘어가려 해서도 안 된다. 만약 실수가 생겼다면 즉시 인정하고 투명한 해결 절차를 밟아야 한다. 빈곤한 저작권 감수성은 재앙을 불러온다. 큰일을 잘하고 싶다면 저작권 문제에 예민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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