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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웃을 수 없는 한인은행

LA외곽 지역에서 스몰 비즈니스를 하는 지인은 은행 지점 가는 일이 즐겁단다. 하루 종일 타인종 고객만 대하다 한인 은행 직원과 나누는 몇 마디 한국말 대화가 좋아서다. 가끔은 차도 한 잔 얻어 마시고….

한인경제에서 한인은행은 은행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한인 고객 기반'이라는 탄생 배경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작된 한인은행의 역사도 벌써 50년을 바라본다. 한인경제 성장과 궤를 같이 한 셈이다. 아직 불만은 있지만 한인들에게 은행 문턱을 낮춘 것만은 부인할 수 없은 일이다.

이젠 한인은행권은 그 자체가 주요 업종이 됐다. 전국의 한인 은행이 19개나 되고 직원 숫자도 4000명이 넘는다. 이런 하드웨어에 은행을 고객으로 하는 비즈니스까지 합치면 상당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또 괜찮은 투자 대상이기도 하다. 은행이 우후죽순처럼 생겼던 2000년대 초반의 전성기 수준은 아니지만 요즘도 한인은행 투자에 관심들이 많다. 특히 금융위기 당시 과감하게 배팅을 했던 투자자들이 꽤 짭짤한 수익률을 올리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인 경제권에서의 한인은행 역할이다. 금융은 경제에 혈액과 같은 존재다. 피가 잘 돌아야 건강하듯 금융이 원활해야 경제도 성장한다. 이런 면에서 한인은행들의 지속적인 성장은 반가운 일이다. 은행 실적이 좋다는 것은 고객, 즉 한인경제도 성장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한인은행들은 올 상반기에도 눈에 띄는 영업실적을 올렸다. 남가주에 본점이나 영업망을 갖고 있는 9개 은행의 순익만 1억8100만 달러에 이른다. 지난해에 비해 20% 이상 늘었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 보면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전체 수입에서 이자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다는 점이다. 남가주 9개 한인은행의 상반기 이자 수입 비중은 평균 90%에 육박할 정도다. 자산 규모 1위인 뱅크오브호프와 2위인 한미도 90% 선으로 나타났다.

한인은행과 같은 상업은행들은 대출이 주 업무인 만큼 이자 수입이 주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균형이 문제다. 이자 수입 비중이 너무 높으면 경기 하강시 수익 구조가 취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나빠지면 악성 대출이 발생하기 마련이고 이는 고스란히 수익 감소로 직결된다.

이 때문에 은행들이 항상 신경을 쓰는 것 중의 하나가 수수료 수입의 확대다. 다양한 수수료 수입원을 확보하고 있으면 경기 변화의 타격을 덜 받는다. 이로 인해 일부 대형은행은 수수료 수입 비중이 50%에 육박하기도 한다. 물론 한인은행들에게는 벅찬 일이다. 하지만 뱅크오브호프나 한미은행 정도 크기라면 수수료 수입 비중이 20% 정도는 돼야 한다는 게 은행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인은행 관계자들도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런데 한결 같이 규모와 인력 부족을 이유로 내세운다. 아직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만큼 은행이 크지 않고 전문 인력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수긍은 가지만 언제까지 환경 탓만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조급증 탓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름 아닌 실적에 대한 압박이다. 은행의 체질 개선은 장기적인 계획과 맨파워가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매분기 실적을 걱정해야 하는 경영진 입장에서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일에 시간과 인력을 투자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수입 구조 개선'은 또 한 단계 도약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은행들이 더 성장해야 한인경제도 성장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당장의 실적이 좋다고 웃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


김동필 경제부장 kim.dongpi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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