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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1000m'를 움직인 풀뿌리 힘

오늘로 97일. 지난 5월 2일 버몬트와 7가 주차장(682 S Vermont Ave)에서 '한인타운 내 노숙자 셸터 설립' 기습 발표가 있은지 세 달이 지났다.

92일째인 지난 2일 허브 웨슨 10지구 시의원이자 LA시의장은 셸터를 윌셔와 후버 코너 등 LA한인타운 외곽으로 옮기는 방안을 새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초 건립 예정지인 버몬트+7가에서 새 예정지인 윌셔+후버는 0.6마일, 1000미터가 채 안 된다.

'1000미터'를 바꾸기 위해 92일간 LA한인사회는 고군분투했다. 비민주적인 셸터 부지 결정 과정을 비난하는 대규모 시위가 7차례나 열렸다. 윌셔커뮤니티연합(WCC)과 시위를 처음 해본다는 가정주부, 시니어 어르신들, 청소년, 타인종 이웃, 비즈니스 업주 등 수많은 한인들이 주말과 무더위를 무릅쓰고 참여했다. 시정부가 무시한 공청회를 대신해 시민, 전직 경찰, 교계, 의사 등이 나선 한인사회 자체 토론회까지 개최했다. 이 '풀뿌리 힘'은 단순 수치로 보면, 1000(미터)/92(일)=10.87. 즉 셸터 부지를 하루에 10미터가량 움직이게 만들었다.

본지는 셸터 설립 기습 발표 직후부터 오늘까지 무려 224개의 꼭지의 기사를 연이어 실었다. 신문에서 '꼭지'는 길든 짧든 한 개의 기사를 의미한다. 이는 1000(미터)/224(꼭지)=4.46. 다시 말해, 본지가 기사 한 꼭지를 쓸 때마다 셸터는 4미터 이상이 움직인 것이다.



본지는 노숙자가 LA한인타운에 가장 많다는 거짓 통계를 뒤집었다. 한인 언론이 지역 주민을 선동하기 위해 오보를 내고 있다는 거짓말도 따져, 가세티 시장과 웨슨 시의장 측으로부터 사과를 받았다. LA다운타운 노숙자 집단 군락인 '스키드로'를 직접 찾아 현장의 24시간을 담고, 셸터가 한인타운 비즈니스 구획으로 들어올 경우 각종 문제점과 여파를 집중 분석했다. 초기에 발 빠르게 제대로 대응을 못 한 한인사회 단체장들에게 날선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일단 앞으로의 전망은 밝은 듯하다. 큰 갈등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더 많은 결실을 얻었다. 한인들이 반발해온 종전 후보지 2곳(버몬트·켄모어)에는 3~4년 안에 저소득층·시니어·노숙자 지원 아파트가 들어설 전망이다. 수많은 재개발로 저소득층이 쫓겨나는 작금의 상황에서 일말의 숨통을 뚫은 셈이다.

한인사회는 지난 봄 여름, 선명한 '나이테'를 남겼다. 교훈을 얻었다. 방법을 알았다. 이민 역사가 길어지면서 무수히 정치력 신장을 외쳐왔지만, 몇 명의 정치인이 나온 것 이외에는 손에 잡히는 정치력 신장의 발로는 없었다. 그러나 이번을 계기로 많은 한인들이 '눈을 떴다' '뭉쳤다' '소리 냈다'.

방글라데시 구획안 찬반 투표와 노숙자 셸터 문제가 연이어지면서, 한인사회는 '커뮤니티의 정치력'에 더욱 갈급했다.

양키스의 요기 베라의 말대로 아직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스테이지(stage)만 바뀌었을 뿐, 아직 더 지켜봐야 할 일이 많다. 수정 조례안의 세부 내용, 해당 지역사회(윌셔+후버) 반응, 9인 자문위원회 구성, 시의회 토의 과정과 투표 결과 등이 남아있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이 남아 있다, 가난하고 힘겹게 지내는 노숙자들이 결코 우리의 적은 아니라는 마음을 간직하는 것이다. 셸터를 반대했던 우리의 목소리는 해당 비즈니스 지역이 노숙자 셸터로서의 입지 조건이 아니며, 민주적 절차가 선행되지 않았다는 것 뿐이었다. 그들을 품고, 힘겨움을 달래는 것은 우리가 해야만 할 일이다.

릴케의 시 '가을날' 중에 "지난여름은 정말 위대했습니다"라는 구절이 있다. 그 여름의 끝자락에 있다. 한인사회 풀뿌리 시민들은 위대했다.


김석하 논설위원 kim.sukha@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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