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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이란 고사전략, 북미협상에 득 되나 독 되나?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8/06 21:17

달러화 거래 차단, 원유수출 차단 2단계 제재 복원
북한·중국에 "제대로 비핵화해야 한다"는 강한 경고 효과
북한이 "이란처럼 안 뒤집을 보장해라" 양보 요구 가능성
미 의회에선 "이란과 북한 뭐가 다르냐" 압박할 듯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고사' 전략은 북한을 겨냥한 것일까, 아니면 북·미 협상에 독이 될 것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이란에 '제재 복원'이란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란과의 핵 합의는 끔찍하고 일방적인 거래였다"며 이란에 대한 제재를 재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이다. 제재는 미 동부시간 7일 0시 1분(한국시간 7일 낮 1시 1분)부터 적용됐다. 제재 복원은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체결했던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지난 5월 일방적으로 파기한 뒤 '90일 유예기간'이 끝남에 따른 것이다. 이란 제재가 복원된 건 2016년 1월 제재 완화 및 중단 이후 2년 7개월 만이다.

이는 북·미 협상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당장 북한이 "우리도 나중에 이란처럼 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을 하라"고 요구할 것이고, 미국 내에선 "이란과 북한이 다른 게 뭐냐"며 강력한 대북 협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공산이 크다.


지난 6월 12일 오전 회담장인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트럼프는 이날 행정명령에 사인한 뒤 별도로 발표한 성명에서 "(이란과의) 핵 합의는 오히려 살인적인 독재자에게 현금을 제공하는 생명줄이 됐다. 이란의 핵폭탄으로 이어지는 모든 길목을 막는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 이란의 공격성은 더 강해졌고, 오늘날까지 미국과 우리의 동맹국들을 위협하고 있다. 이란 정권은 위협적이고 불안정한 행동에서 벗어나 글로벌경제에 다시 편입되든지, 아니면 경제고립의 길을 걷든지 선택해야 한다. 이란 정권이 선택에 직면한 사실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라도 모든 국가가 이런 (제재)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란 제재는 2단계로 진행된다.

7일부터 발효된 1차 제재는 이란과 거래하는 미국 및 제3국에 대한 기업·개인을 대상으로 한다.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이다.
이란 리알화 관련 거래, 이란 국채발행 관련 활동, 이란 금·귀금속 거래, 흑연·알루미늄·철·석탄·소프트웨어·자동차 거래 금지가 포함됐다. 카펫·캐비어 등 이란 특산품의 수출길도 막히게 된다. 어길 경우 해당 기업 및 개인과의 달러화 거래를 차단한다. 사실상 이란 정권의 돈줄을 옥죄고 금융시장에서 고립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란에서선 미국의 경제제재에 따른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란 테헤란 북부 타즈리시 시장의 시민들.


2단계 제재는 산유국 이란 정권의 '생명줄'인 원유수출까지 틀어막는 내용이다. 90일 이후인 오는 11월 5일부터 부과된다. 미 중간선거 하루 전이다.

미국은 ^이란의 석유제품 거래 ^이란의 항만 운영·에너지·선박·조선 거래 ^이란중앙은행과의 거래 등을 제재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란산 원유 수입 규모 3위(지난해 11월~올 4월)인 한국으로선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다만 관건은 미국의 재재 복원에 유럽과 중국·러시아 등이 얼마나 호응하고 나서느냐다.
미국의 일방적 이란 핵 합의 취소에 반발했던 당장 유럽연합(EU)과 프랑스·독일·영국 3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이란과 합법적 거래를 하는 EU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업데이트된 '제재 무력화법'을 7일부터 발효한다"고 선언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제재가 국제사회의 충분한 지지를 얻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이란 제재에 따른 불안감 등으로 국제유가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가 리터당 1999원에 판매되고 있다. 전국 주간 평균 휘발유 가격은 5주째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CNN에 출연해 "(미국의 제재조치로) 이미 이란 전역에선 시위와 폭동까지 목격되고 있다"며 "이미 우리의 제재 복원이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EU 등이 제재에 동참하지 않아도 이란에 결정적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문제는 미국의 이란 제재가 현재 진행 중인 북·미 협상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난 5월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이란 핵 합의 탈퇴를 발표하는 동안 이를 지켜보고 있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펜스 부통령(왼쪽부터). [EPA=연합뉴스]


의회전문지 '더 힐'은 이날 "현재 미국과 무역전쟁 중인 중국은 미국의 제재와 상관없이 이란산 원유를 계속 구입할 것이며, 이에 미국은 중국에 보다 강한 '처벌'을 내릴 것"이라며 "그 경우 중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를 제대로 지키라'는 미국의 요구를 더욱 듣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를 할 때까지 제재를 풀지 않는다"는 미국의 원칙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이란 핵 합의가 순식간에 뒤집어지고 제재가 재개되는 걸 지켜본 북한으로선 협상에 미온적으로 나오거나, 보다 확실한 '보장책'을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실제 향후 언제라도 트럼프가 이날 성명문에서 '이란'이란 국가명을 '북한'으로만 바꾼 성명문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북·미 협상의 여러 단계에서 "이란보다도 비핵화 조치가 미흡한 북한에 대해선 왜 느슨하게 합의를 했느냐"는 의회, 전문가 집단의 반발이 쏟아질 수 있다. 트럼프로선 이란 제재 복원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이란의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이 이란 핵 합의에 대한 수정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워싱턴의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에게는 '제대로 완전한 비핵화' 합의를 하지 않으면 언제라도 이란처럼 틀 수 있다', 중국 등 대북 제재를 완화하고 있는 국가에겐 '제재를 풀 생각이 없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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