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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달러 사나이' 손흥민…그를 키운 것은 '손부삼천지교'

손웅정씨 '무협만화' 같은 훈육
탄탄한 기본기…최고 선수 성장
가치 급등, 이적료 3년전의 3배

'빛흥민' 손흥민(26.토트넘 핫스퍼)의 몸값이 1억달러 수준을 돌파했다. 10일 국제축구연맹 산하 국제스포츠 연구센터(CIES)가 유럽 프로축구 5대 리그 선수 가치를 매겼는데, 손흥민의 예상 이적료를 1억달러로 평가했다.

손흥민은 2015년 독일 레버쿠젠에서 잉글랜드 토트넘으로 옮기면서 이적료 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3년만에 몸값이 3배 넘게 뛰었다. 최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면제 혜택까지 받으면서 1억달러를 돌파했다.

'1억달러 사나이' 손흥민 뒤에는 손부삼천지교(孫父三遷之敎)로 그를 가르친 아버지 손웅정(56) SON축구아카데미 총감독이 있다. 아버지의 정성이 한국 축구의 '돌연변이' 손흥민을 만들었다.

<관계기사 4면>



손 총감독의 이런 노력은 해외에서도 주목했다. 11일 스포츠 네트워크 'SB네이션'의 토트넘 커뮤니티에는 "토트넘이 손흥민 아버지를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의 칼럼이 게재됐다.

글쓴이는 "손웅정은 손흥민을 독특한 방법으로 직접 가르쳤다. 그가 운영하는 아카데미에서는 선수가 10대 중.후반이 될 때까지 슈팅보다 기술과 피트니스 훈련에 집중한다"고 소개했다.

칼럼은 이어 "유소년팀 지도자가 필요하다면 토트넘 다니엘 레비 회장은 토트넘의 스타를 키운 손웅정씨를 영입하라"고 주장했다.

선수 시절 프로축구 현대와 일화에서 뛴 손웅정씨에게 아들은 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꿈을 이뤄줄 희망이었다. 손씨는 2015년 기자와 인터뷰에서 "난 그저 그런 축구선수였다가 28세에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은퇴했다. 흥민이가 나처럼 기술없는 선수가 되지 않기를 바랐다"며 "16살 때까지 정식 경기에 내보내지 않았다. 대신 매일 6시간씩 오로지 기본기만 가르쳤다"고 전했다.

고향 춘천으로 낙향한 손웅정씨는 무협만화의 주인공처럼 아들을 가르쳤다. 매일 양발 슈팅 1000개씩 시켰고 줄넘기 2단 뛰기를 수 천번씩 뛰게 했다.

손흥민의 독일 함부르크 유스팀 시절에는 훈련장 옆 모텔에서 함께 투숙하며 새벽마다 30살 어린 아들과 똑같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 손씨는 56세지만 여전히 탄탄한 근육질 몸매다.

손흥민은 혹독한 훈련을 시키는 아버지를 원망할 수 없었다. 손흥민은 "아버지가 옆에서 똑같이 훈련하니 나도 멈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키를 키우기 위해 우유에 밥을 말아 먹을 정도였다. 이런 노력 덕분에 발에 걸리면 터지는 '손흥민 존(페널티박스 부근 좌우 45도)'이 탄생했다. 손웅정씨는 아들에게 쏟아지는 TV 예능 프로그램 섭외도 모두 거절했다. 그는 "흥민이를 통해 돈을 벌 생각은 전혀 없다. 은퇴할 때까지 예능 출연은 없다. 그저 아들이 경기장 안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일화도 있다. 독일 함부르크 시절 손흥민은 구단 창립 125주년 행사일에 자정을 넘겨 동료들과 어울린 적이 있었다. 이를 알게 된 손웅정씨는 "신체 리듬이 깨지면 안된다"고 호통쳐 아들을 귀가시켰다. 또 대표팀에 차출된 손흥민이 교체 선수로 잠깐 뛰는 데 그치자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대표팀 코치에게 전화해 "소속팀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게 당분간 차출을 자제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일은 손흥민 '대표팀 차출 거부' 논란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손씨는 2015년 독일 레버쿠젠에서 손흥민이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자 구단과 담판을 벌여 토트넘 이적을 성사시켰다.

손씨는 이번 아시안게임 기간에도 관중석에서 근엄한 표정으로 아들을 지켜봤다. 이런 손씨의 모습은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손웅정씨는 지난달 16일 AFP 인터뷰에서 "한국 유소년 축구는 승리에만 매몰돼 있다. 수많은 재능있는 어린 선수들이 기량을 펼쳐보지 못하고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의 유소년 축구 시스템을 비판했다. 손씨는 축구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제2의 손흥민'을 찾고 있다.

일각에서는 손흥민을 '파파보이'라고 비판한다. 손흥민은 "주위에서 '어린애도 아닌데 언제까지 아버지와 붙어 다닐 거냐'고 말하지만 내게는 아버지이자 축구 스승이다. 아버지는 먼저 축구선수 길을 걸었고 내가 가는 길을 편안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또 "결정 과정에서 함께 논의하지만 선택권은 내게 있다. 아버지가 옆에 있으면 든든하고 편안하게 경기를 할 수 있다. 그 누구의 말보다 아버지의 한마디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손흥민 부자를 잘 아는 한 측근은 "요즘은 흥민이 아버지가 아들의 결정과 사생활을 100% 존중한다"고 전했다.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극성스럽다고 할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손씨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손흥민은 없었다는 점이다.


박 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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