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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산다는 소백산 '주목' 3개월 전부터 시름시름···왜?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12 18:31


소백산 주목군락에 고사한 주목 한 그루가 서 있다. 주변으로는 시들어서 갈색으로 변한 잎들이 보인다.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난 5일 충북 단양군 가곡면 소백산국립공원.

두 시간 넘는 산행 끝에 비로봉(해발 1439m)에 오르자 정상 바로 아래 경사면을 따라 넓은 침엽수림이 펼쳐져 있었다.

족히 수백 년은 됐음 직한 굵은 나무들이 거대한 숲을 이루고 있었다. 2000여 그루가 자생하고 있는 국내 최대 주목(朱木) 군락이다.

하지만 푸른 숲 사이로 갈색으로 시든 나뭇잎들이 눈에 띄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생기를 잃은 것처럼 보였다.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뚫고 주목군락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 못 가 강풍을 견디지 못하고 가지가 부러진 주목을 발견했다.

강풍으로 인해 소백산 주목 가지가 부러져 있다.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작년까지만 해도 강풍에 의해서 부러진 경우가 드물었는데 올해에만 다섯 그루 이상 가지가 부러졌어요. 30도가 넘는 고온에 가뭄까지 이어지다 보니 그만큼 체력이 떨어진 거죠. -안철희 현대나무병원 대표

나무 의사로서 주목군락을 관찰해 온 안 대표는 “300년에서 500년 정도로 고령인 나무들이 주로 피해를 봤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여기서 몇백 년 동안 적응을 해 온 주목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기온이 올라가고 강우량이나 기상조건이 변하다 보니 매년 스트레스가 쌓여 체력이 약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 년 산다는 주목, 올해 이상징후 발견

안철희 현대나무병원 대표가 소백산 주목군락에서 갈색으로 변한 나뭇잎들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붉은 나무’라는 뜻의 주목(朱木)은 목재가 단단하고 잘 썩지 않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 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오래 산다. 나무의 모습이 아름답기 때문에 정원수나 바둑판 등 고급 목재로 쓰인다.

국내에서는 소백산·태백산·오대산 등 백두대간을 따라 높은 산악지대나 추운 지방에서 주로 자란다. 그중에서도 소백산은 대표적인 주목군락으로 천연기념물 제244호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수백 년 동안 소백산 정상을 지키고 있던 주목에 이상 징후가 발견된 건 지난 6월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들이 순찰 도중 주목의 가지 끝이 주황색으로 변한 것을 확인한 것이다.

반년 걸리는 조사 드론 띄워 한 번에

소백산 주목군락에 고사된 나무들을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주목 군락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드론(무인항공기)을 띄우기로 했다.

드론으로 문제가 발견된 주목 주변 2500㎡ 면적을 고해상도로 촬영한 뒤에 머신러닝 기법을 통해 고사목을 자동 탐지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된 조사 방법이다.


미리 비행 계획을 세우면 드론이 상공 100m에서 정해진 루트를 따라 군락지를 자동 촬영하죠. 이후 AI(인공지능)가 나무의 색을 분석해 고사목은 몇 그루가 있고, 나무의 상태가 어떤지를 알려주죠. -유병혁 소백산국립공원북부사무소 자원보전과 계장


소백산 주목군락을 드론으로 촬영한 뒤 식생지수로 변환한 모습.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연구진은 이를 통해 주목 13그루가 시들거나 말라죽은 것을 확인했다.
올해 안에 30만㎡에 이르는 주목 군락 전체를 같은 방식으로 조사해 발표할 예정이다.

유 계장은 “군락지 전체를 사람이 조사하면 6개월이 걸리지만, 드론을 띄우면 한눈에 이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자연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드론이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백두대간 침엽수 집단 고사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고사 피해를 입은 지리산 구상나무.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온난화에 따른 피해는 단지 소백산 주목만의 문제가 아니다. 백두대간을 따라 자생하고 있는 다른 침엽수들 역시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국립공원연구원에 따르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최근 국립공원 내 상록침엽수들이 급속한 생장 쇠퇴를 겪거나, 고사하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설악산의 분비나무와 지리산의 구상나무가 대표적인 피해 사례다.

국립공원연구원이 지난해 지리산 구상나무 군락을 조사한 결과, 노루목에 자생하는 구상나무 중 33.2%가 고사했다. 설악산 설악폭포의 분비나무 역시 8.2%가 고사 피해를 당했다.

연구진은 기후변화에 따른 겨울철 기온 상승과 봄 가뭄이 침엽수 고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겨울철에 눈이 조금 내린 데다가 일찍 녹으면서 나무가 생장하는 5월에 토양의 수분량이 부족해졌다는 것이다.

박홍철 국립공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구상나무나 주목 같은 상록침엽수는 한랭하고 서늘한 기후를 좋아해 정상부에만 사는 것”이라며 “지구온난화로 정상부의 기후가 바뀌면 상록침엽수가 사라지고 저지대의 활엽수들이 그 자리를 대신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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