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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하버드대 소송을 지켜보면서

4년 만에 재판이 시작됐다. 미국의 최고 명문대학인 하버드대학을 상대로 한, 아시안 학생들의 입학 차별을 밝히는 소송이다. 2014년 아시아계 미국인 학생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인 '스튜던츠포페어어드미션'이 소장을 접수한 후 하버드의 입학 정책을 옹호하는 의견이 주류사회에서 끊임없이 나왔다. 하지만 재판이 시작되면서 그동안 하버드가 아시안 학생들의 지원서를 어떻게 차별하고 평가해 입학여부를 결정했는지 고스란히 드러났다.

무엇보다 아시안 학생들에게만 적용한 까다로운 잣대다. 하버드 입학처는 소수계 학생에게 지원자 모집 안내문을 보낼 때 흑인·히스패닉·아메리칸 원주민 학생은 대입시험인 SAT 점수를 최소 1100점을 받아도 가능하지만 아시안 여학생은 최소 1350점, 남학생은 최소 1380점을 받아야 연락을 취한다고 증언했다.

또 소송을 제기한 원고측은 SAT 점수 외에도 학생 '개인 평가(personal rating)'가 히스패닉·흑인 학생에 비해 아시안 학생에 불리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적과 과외 활동 내역이 우수한 학생들이 개인평가 부분에서 차별을 받아 다른 소수민족 그룹에 비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하버드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아시안 학생은 특별활동이나 동문 인터뷰에서도 백인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실제 합격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지난 1995년부터 2013년까지의 아시안 합격률은 8.1%로, 히스패닉(10.6%)나 흑인(13.2%), 또는 백인(11.1%)보다 낮았다. 하버드측은 무성의한 교사 추천서가 아시안 지원자의 합격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주장하며 캠퍼스내 학생들의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인종을 심사에 감안해야 했다고 말한다.



이번 재판을 통해 새삼 확인한 건 아시안 학생들의 우수성이다. 그동안 백인 학생들보다 실력이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았던 아시안 학생들은 이젠 수학 뿐만 아니라 영어과목까지 백인을 앞지르는 실력을 갖춘 것이다.

최근 칼리지보드에서 발표한 2018년도 대입시험(SAT) 점수 보고서가 가장 좋은 예다. 이 보고서는 아시안 학생의 평균 점수가 1600점 만점에 1223점으로 가장 높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전체 평균점수(1068점) 보다는 155점, 백인 학생보다는 100점이 앞선 점수다. 흑인이나 라틴계 학생과는 더 이상 비교할 필요가 없을 만큼 실력차가 벌어져 있다. 특히 아시안 학생들의 실력은 영역별 점수에서도 우수했다. 영어 부분(ERW)은 평균 588점으로 백인의 566점보다 22점이 더 많았다. 또 다른 대입시험인 ACT 역시 비슷하다. 아시안 학생의 ACT 점수는 24.5점으로 인종별로 가장 선두를 기록했다.

하지만 재판에서 드러났듯이 성적이 우수하다고 하버드에 갈 수 있는 건 아니다. 하버드는 아시안 학생들이 성적은 뛰어났지만 '특별한 재능'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봤다.

최근 중앙일보에서 개최한 학부모 세미나에서 하버드 입학조건과 관련해 흥미있는 내용을 들었다. 강사로 나온 마리 김 원장(아이보리에듀케이션)은 "성적도 같고 특별활동 내용도 같은 학생 2명을 선정해야 한다면 하버드는 친절한 학생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하버드 출신이다. 하버드 동문 자격으로 입학사정관으로 활동하기도 했다고 했다.

김 원장은 "하버드에서 배운 정신이 바로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다. 타인을 위해 친절을 베푸는 학생의 인성을 하버드는 높이 평가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 외에 '특별한 재능'으로 김 원장은 창의력, 독창성, 용기, 정직성 등을 꼽았다. 이번 재판에서 보듯이 자녀에게 성적만 강요해서는 명문대에 입학하기 어렵다. 자녀가 타인을 배려하고 창의력을 갖출 수 있게 끌어줘야 한다. 그러고보니 자녀교육 못지 않게 부모의 리더십 교육이 필요한 시대인 것 같다.


장연화 / 사회부 부국장·교육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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