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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창] 가야 왕비가 된 인도 여인?

#.'가야'는 잊혀진 왕국이다. 600년이나 존속했지만 남은 기록이 별로 없어 신화나 설화로 해석해야 하는 '신비의 왕국'이 됐다.

'삼국시대'라는 용어 탓도 컸다. 이는 우리의 고대사 인식의 틀을 고구려-백재-신라 세 나라의 쟁패 안에 가두어 버렸다. 그로 인해 우리 고대사는 훨씬 빈약해졌다. 고조선을 계승해 만주에서 600여 년을 이어간 부여도 잊혀졌다. 동예, 옥저, 탐라, 발해도 우리 역사 안에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했다. 그 틈을 비집고 일본은 식민사관으로, 중국은 동북공정으로 우리 고대사를 탈취하려 획책하고 있다.

가야는 기원 전후부터 낙동강 유역에 흩어져 있던 여러 작은 나라들의 연맹체였다. 가야 외에도 가락, 가라, 구야 등 한자 표기가 다양하다. 원래 고을, 마을을 뜻하는 고대 우리말을 한자로 적다보니 그렇게 됐다고 한다.

가야는 번성했다. 철기문화를 꽃피웠고 왜와 교역하며 함께 신라를 공격하기도 했다. 하지만 끝내 통일 왕국을 이루지는 못했다. 신라는 법흥왕 때인 서기 532년 김해 중심의 가락국(금관가야)을, 그리고 30년 뒤 진흥왕 때인 562년 고령 일대의 대가야를 마지막으로 복속시켰다. 정벌의 주역은 이사부 장군. '독도는 우리땅' 노래에 나오는, 우산국(울릉도)을 정벌한 바로 그 사람이다.



가야는 망했어도 인물과 문화는 신라로 이어졌다. 삼국통일의 주역 김유신, 설총·최치원과 함께 신라 3대 문장가로 꼽히는 강수, 가야금의 대가 우륵 등이 모두 가야의 후예였다.

#. 삼국유사는 가락국 첫 임금 김수로왕과 왕비 허황옥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허왕후는 아유타국(阿踰陀國)의 공주로 바다를 건너와 수로왕과 혼인하고 10남 2녀 자녀를 나았다. 그 중 8명은 수로왕의 성을 따서 김해 김씨가 되었고, 2명은 허왕후의 간청에 따라 김해 허씨가 되었다."

이 이야기는 아유타국이 인도 북부의 작은 도시 '아요디야'였다는 주장이 나온 이후 한국과 인도 관계를 이어주는 단골 인용 메뉴가 되었다. 하지만 이를 사실로 믿는 학자는 거의 없다. 인도 고대사를 전공한 부산외국어대 이광수 교수도 '인도에서 온 허왕후, 그 만들어진 신화'(푸른역사 펴냄)라는 책에서 "5세기 이전에 아요디야라는 이름을 가진 도시는 실제 역사에 존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허왕후 이야기는 1000년에 걸쳐서 김해 김씨, 불교 사찰, 양천 허씨, 일부 민족주의자 등에 의해 이야기가 덧대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왕후 이야기가 실린 삼국유사도 가야 멸망 후 700년 넘게 지나 씌어졌다.

#. 대통령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11월 4~7일 인도를 방문한다. 인도 북부 아요디야 시에 조성되는 허왕후 기념공원 기공식 참석이 주요 목적이다. 영부인이 대통령을 두고 혼자 외국 방문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외교 파트너로서 인도가 한국에 중요해졌다는 이야기이겠다. 그럼에도 우려되는 부분은 있다. 양국 교류 친선 확대에 우리 옛 이야기가 활용되는 것은 좋지만 이런 식으로 설화가 실제 역사로 굳어져가는 것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인도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도 "가야 왕비 허황옥을 인도에 실재했던 사람"으로 언급했었다. 우리나 인도나 손해볼 것 없는데 뭘 그러느냐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누이 좋고 매부 좋다 해서 편의대로 역사를 다시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문 대통령은 집권 초부터 가야사 복원에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이는 바로 100대 국정 과제에도 포함이 됐다. 잘 된 일이다. 그렇더라도 가야와 인도를 무리하게 연결짓는 일에까지 대통령 부부가 나서야 하는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정치인이 역사를 불러낼 때는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 실증적 연구 없이 의욕과 주장만 앞세우면 그게 바로 역사왜곡이다.


이종호 논설실장 lee.jong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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