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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스푼 굿피플]추방 그리고 피맺힌 절규

김재억 / 굿스푼선교회 대표
김재억 / 굿스푼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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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11/11 12:37

과테말라가 고향인 로뻬스의 가족은 지난 3년동안 알링톤에서 행복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었다.

로뻬스(40세)는 솜씨 좋은 목수로 가족을 끔찍히 사랑하는 가장이다. 빠듯한 가정 경제에 힘을 보태려고 틈틈히 청소 일을하며 자녀들을 돌봤던 에스뻬란사(35세)는 자애로운 엄마다.

그런 부모가 감사하여 열심히 공부하는 헤르베르(13세)는 8학년이고, 토머스 제퍼슨 학교에서 공부하는 영재다. 막내 에델(11세)은 애난데일 소재 라티노 교회에 열심으로 출석하는 주일학교 어린이다.

로뻬스의 고향은 과테말라 중앙에 위치한 바하 베라빠스(Baja Verapaz)로, 마야 22개 인디오 부족 중 가장 작은 ‘아치’ (Achi) 부족이 사는 곳이다. 현존하는 4만여 명의 아치족은 800년동안 한곳에 모여살며 전통 복장, 언어, 음식 등 독특한 아치 인디오 문화를 면면히 이어오고 있다.

마냥 행복할 것만 같았던 로뻬스의 가정에 청천벽력같은 법원의 추방 판결이 떨어졌다. 아내와 두아들이 이번 달 말에 미국을 떠나야한다. 추방일이 점점 가까워 질수록 피를 말리는 고통이 가족 모두를 절규케한다.

2015년 11월, 과테말라를 떠나 뉴멕시코 주 싼따 떼레사 지역으로 밀입국하다가 국경 수비대에 젊은 엄마와 두 아들이 붙잡혔다. 불체자 감옥에 수감되는 대신 알링톤의 남편 거주지에 살면서 지난 3년동안 재판을 받았었고, 급기야 추방 판결을 받게되었던 것이다.

불과 며칠후면 세식구는 잔인한 폭력과 여전히 배고픔이 상존하는 과테말라로 추방될 수 밖에 없다. 생가지를 찢는듯한 가족해체 위기 앞에서 하나님의 자비를 구하는 저들의 기도속에는 신음소리가 눈물과 함께 섞인다.

과테말라로 추방되면 세모자는 살해당할지도 모른다. 에스뻬란사 가족은 몇년전 과테말라에서 납치와 살해 위협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어린 헤르베르와 그의 삼촌이 폭력조직에 의해 납치를 당했었고 간신히 몸값을 지불한 후 헤르베르는 풀려났지만 그의 삼촌은 끝내 살해를 당했다.

남편의 노임으로 어렵게 장만했던 저택도 빼앗겼고, 작은 가게도 압류 당했다. 계속되는 강탈과 위협 속에 숨죽이며 살던 어느날 경악을 금치못할 소식을 듣고 말았다. 납치와 살해 장본인이 다름아닌 배다른 시누이의 남편이었고, 킬러들을 고용하여 감행했던 사실을 접하고 충격에 빠졌다. 두 아들은 학교 출석을 포기한 채 집에서만 머물렀고, 이후에도 계속되는 청부 살인자들의 살해 계획을 알아챈 후 황급히 폭력 도시를 떠나 미국으로 향했던 것이다. 굶주림이 없는 곳, 납치와 폭력이 없는 미국에서, 아이들을 마음껏 공부시킬 수 있다면 모든것을 희생하겠다는 각오로 건넜던 국경에 서슬퍼런 올무가 놓여져 있었다.

과테말라로 돌아오기만 하면 기필코 죽여 버리겠다는 저주스런 악담을 기억하는 엄마와 두아들이 사지를 향해 떠나야 할 시간이 임박했다. 돌아가면 우리 모두는 죽는다고 선처를 호소해 보았지만 도움의 손길은 여전히 막막하다.

중미의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돌은 라틴아메리카 최악의 '범죄 국가'로 악명이 자자하다. 공공질서 확립과 치안을 담당하는 3만 명의 검경이 있다지만 8만 여명의 악질적인 범죄 조직원들과는 감히 비교할 수 없다. 가공할만한 살인 무기와 기동력으로 무장한 범죄조직은 마약 밀수, 인신매매, 납치와 살인으로 전국을 장악해가고 있지만 과테말라 검경의 대처는 너무 열악하고 유명무실하다.

경선 탈락에 앙심을 품은 탈락자가 '아싸시나돌(청부 살인자)'을 고용하여 현역 시장을 백주 대낮에 처형하는 곳, 길거리 상점들과 주거지역은 이중삼중으로 철벽을 두르고 묵직한 자물통으로 채워야 하는곳, 총을 든 경비원들의 매서운 눈초리가 하루종일 떠나지 않는곳, 버스도, 택시도, 대중교통을 마음놓고 탈 수 없는 두렵고 무서운 곳을 향해 먼길 떠나는 젊은 아낙과 어린 두아들이 절규한다. 처자식의 안위가 걱정되면서도 추상같은 명령을 어길 수 없어 속수무책으로 서글피 우는 가장의 탄식이 깊어진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향해 떠나갈 수 밖에 없는 저들의 보호자, 피난처는 선한 목자되신 주밖에 없다. 주여 자비의 손길로 연약한 저들의 영혼을 붙잡으소서!
▷도시선교: 703-622-2559 / jeuk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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