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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캐러밴' 희망 손길은 없을까

중간선거 전 중미 이민자 행렬 '캐러밴'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세간의 관심이 커질수록 캐러밴 숫자는 기하 급수 적으로 늘어났고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 수위는 보란 듯 강해졌다. 160명으로 시작된 캐러밴 규모가 1만 여명을 넘자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에 현역군을 배치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캐러밴이 돌을 던지면 총으로 응사하겠다는 발언까지 나오며 긴장이 높아졌다.

캐러밴이 중간선거 쟁점으로 급부상하자 취재지시가 떨어졌다. 캐러밴 1진이 있는 곳으로 가서 상황이 어떤지를 직접 전하라는 거다. 단 어느 정도 취재가 가능할지 현지 상황을 먼저 파악해 보라는 주문이 앞섰다. 당시 캐러밴 1진이 있던 곳은 멕시코 남부 오악사카 주로 LA에서 2400마일 정도 떨어진 곳이다. 차로는 쉬지않고 40시간, 항공편은 경유만 가능했다. 취재가 필요하다면 40시간이 아니라 400시간이 걸려도 가야하지만 부수적인 문제가 많았다.

첫째 현지에서는 영어 소통이 거의 불가능하고 캐러밴이 방향을 틀어 하필이면 범죄율이 높은 남부 해안, 베라크루스 주를 경로로 택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무작정 갈 수만은 없는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통역을 해 줄 현지 가이드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취재가 불가능한 상황이라 사람을 찾으려 백방으로 수소문해 봤지만 갱 범죄가 심각한 위험한 곳으로 나서줄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출장은 보류됐다.

현지 상황을 알아보는 몇 일간 걱정과 불안으로 잠까지 설쳤지만 막상 취재를 갈 수 없게 되니 아쉬움이 컸다. 캐러밴은 현재 길고 고단한 여정을 거쳐 미국 코앞까지 와있다. 최단거리인 텍사스 주 매캘런 국경을 포기하고 택한 곳이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국경 접경지역인 멕시코 티후아나다. 9000여 명의 캐러밴이 미국 망명을 원하며 노숙 생활을 하고 있지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기다리면 망명이 가능은 할지 모든 것이 미지수다.



지난달 25일 캐러밴과 국경수비대가 충돌하면서 가능성은 더 희박해 졌다. 일부 캐러밴이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으려고 시도하자 국경수비대는 최루가스를 쏘며 강경대응했다. 당시 상황은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이 가운데 한인 김경훈 로이터 사진기자가 찍은 사진 한 장이 인상적이다. 온두라스 출신 이민자 여성 메사가 쌍둥이 두 딸의 손을 잡고 최루탄 가스를 피해 달아나는 모습이다. 기저귀에 맨발인 딸들과 구호단체에서 얻은 작은 엘사 티셔츠를 입은 엄마는 필사적이다. 김 기자는 미리 챙겨간 헬멧과 방독면을 미처 쓰지 못하고 기자의 본능에 따라 셔터를 눌렀다고 이후 인터뷰에서 밝혔다. 최루탄 연기 때문에 자신도 눈물을 흘렸다며 사진 속 쌍둥이 딸 중 한 명은 수두에 걸렸다고 말했다.

캐러밴 중 스스로 발걸음을 되돌리는 숫자가 늘고 있다. 망명신청을 할 수 있을지 기약이 없는데다 임시 보호소 환경도 점점 열악해 있기 때문이다. 폭력과 가난을 피해 온 캐러밴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곱지만은 않다. 캐러밴에 범죄자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국경 문턱을 더욱 높게 만들고 있다.

1만여 명에 이르는 캐러밴을 무작정 받아줄 수는 없다. 그러나 살인율이 무려 런던의 20배에 달하는 고향을 등지고 수천 마일을 걸어온 메사와 쌍둥이 두 딸과 같은 사람들을 방관만 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폭력과 살인, 경제난을 벗어나려는 캐러밴의 간절하고 유일한 희망은 미국이다. 그들은 고국으로 가면 살해당하고 말 것이라며 연일 망명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캐러밴을 현지에서 취재할 수 없었던 것이 못내 아쉽다. 쌍둥이 딸 엄마 메사는 자신들의 처지를 알려 줄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있길 간절히 원하고 있었을 텐데 말이다.


부소현 JTBC LA특파원 부장 bue.sohyu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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