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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육아, 신비한 막노동

[LA중앙일보] 발행 2018/12/17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18/12/15 20:02

지난 두 달간 막노동을 뛰다 왔다. 굳이 육아의 고단함을 빗대자면 그렇다는 거다.

최근 육아 휴직을 마치고 복귀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그간 두 명의 아기들과 오롯이 보낸 일상은 그 어떤 시간보다 빠르게 지나간 듯하다.

노동의 대가는 대략 이렇다.

그동안 첫째인 아들(27개월)은 으레 '아빠'의 일상과 친근해졌다. 이제는 데이케어 문 앞에서 이름만 불러도 내 목소리에 모든 걸 던져버리고 달려와서 와락 안겨 도무지 떨어질 생각을 안 한다. 데이케어를 오고 가는 길에 요즘 아이들의 최고 인기곡인 '아기 상어'부터 '동물 기차'까지 참 많은 노래를 깔깔대며 함께 불러 젖혔다.

첫째는 아직 완전한 문장으로 말은 못해도 많은 것이 통할 정도가 됐다. 눈빛만으로도 아빠와 장난을 주고 받고, 나는 몇몇 단어만 들어도 무슨 노래를 틀어달라는지 척하고 알아듣는다. 이제는 잠자리에 들기 전 아빠가 해주는 기도까지 제법 잘 따라한다.

아직 돌도 안 지난 딸인 둘째는 여전히 '아기'다. 얼마 전 소아과에 갔는데 그곳에 온 한 달도 안된 작디 작은 신생아를 보면서 아직도 갓난아기 같았던 둘째가 그래도 그새 많이 컸다는 사실을 비로소 실감했다.

둘째는 '빠빠' '맘마'라는 말이 입에 제법 붙었다. '헬로우' '굿바이'라는 말에 귀엽게 손도 흔든다. "안녕히 계세요" 하면 고개도 까딱까딱 거린다. 매번 배에 입을 대고 '후~' 하면서 바람을 불며 간지럽히면 숨이 넘어갈 듯 까르르 웃을 정도로 아빠의 장난을 즐길 줄 안다.

사실 별 대수롭지 않은 아기들의 소소한 에피소드지만, 그런 작은 변화와 성장을 일상 가운데 직접 느끼며 바라보는 신비는 그 어떤 행복과도 견줄 수가 없다.

물론 휴직 전 나름 계획도 있었다. 아기들과 시간을 보내다가 어느 정도 짬이 나면 틈틈이 책도 쓰고, 지인들도 만나면서 이런저런 여유도 꽤 즐길 줄 알았다. 그러나 이내 그런 생각을 모두 접었다.

막상 해보니 육아라는 게 그리 만만한 게 아닐 뿐더러 지금이 아니면 언제 아기들과 온종일 시간을 보내겠나 싶어 그런 계획들을 이내 집어치워 버렸다.

무엇보다 두 달간 아기와 보낸 일상도 소중했으나 사실 가장 고마운 건 아내다. 육아를 함께 하면서 육체적으로 고된 탓에 알게 모르게 서로 부딪히는 일도 있었지만 그 모든 일상을 엄마로서 굳건하게 감당해온 그 자체만으로도 존경스럽고 감사하다.

지난 두 달이 어떻게 흘러갔나 싶을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갔다. 다만, 확실한 건 '아빠'가 되고나서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시간이었음은 분명하다.

육아는 육체적으로 너무나 고단한 일임을 도저히 부정할 수가 없다. 그러나 단순히 그런 고단함으로만 정의되지 않고 계산되지 않는, 그 너머의 무한한 기쁨이 존재하는 영역이다.

육아는 참으로 신비한 막노동이다.


☞가주의 출산 휴가 제공 규정은

현재 출산 휴가 의무 제공 규정은 50명 이하 중소 사업체까지 확대됐다. 이 법(SB63)은 올 1월부터 시행 중이다. 가주 고용개발국에 따르면 올해 가주에서 '아기와 유대감 형성(baby bonding)'을 위한 무급 출산 휴가 신청은 총 23만5815건이었다. <본지 12월12일자 A-4면> 이중 남성의 신청 비율은 40.3%에 그쳤다. 법제화가 됐다 해도 출산 및 육아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시선, 남성과 여성의 역할 사이에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괴리가 있음을 엿볼 수 있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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