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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저소득층 불안감 키운 단어 '조만간'

"조만간 시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0일 워싱턴DC의 한 숙소에서 인터넷 서핑을 하다 LA발 한인뉴스가 눈에 들어왔다. 공적 부조 개정안에 대한 주민 청취 기한이 종료돼 개정안이 '조만간' 시행된다는 내용이었다. 순간 눈을 의심했다. 나를 의심했다. 바로 몇 시간 전 내가 워싱턴DC에서 열린 이민자통합포럼(NIIC)에 참석해 직접 들은 내용과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나는 개정안이 시행되기까지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는 기사를 썼다. '조만간'과 거리가 멀다.

문제의 단어, 조만간(早晩間).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빠르고 느림의 중간이다. 문자 그대로 애매한 말이다. 국립국어원에서도 어원을 확인할 수 없는 이 말을 1992년부터 국어순화자료집에 올려 되도록 사용하지 말라고 권하고 있다. 대신 '앞으로 곧' '머잖아'를 사용하라고 말하고 있다. 어찌됐건 다른 한인 뉴스의 보도가 맞다면 현금성 지원은 물론 비현금성 정부 지원을 받는 저소득 이민자들은 '앞으로 곧(조만간)' 영주권이나 시민권 받기가 매우 힘들어진다.

하지만 기자회견에서 직접 만난 전국 이민자 권익 단체들의 의견이 달랐다. 개정안 시행 전까지 최소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토안보부가 공적 부조 개정안에 대한 주민 의견 20만 건을 일일이 검토해야 하고 법 시행 전에도 공표 등 법적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장 밖에서 만난 마리에레나 힌카피 전미 이민자법률센터(NILC) 대표는 "정부가 예상과 달리 주민 의견을 빨리 검토할 수도 있지만 법 시행 전까지 물리적인 시간이 있다. 주민 의견을 검토하는 데에만 수개월이 걸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좀 더 확실한 기한을 알려 달라고 다시 물으니 "최소 수개월"이라고 답했다.

공정부조 개정안 시행까지 최소 1~2년 걸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민자 권익단체도 있다. 불체청년추방유예프로그램(DACA)처럼 트럼프 행정부가 폐지를 선언했지만 여론전과 각종 소송전으로 실제 실행까지는 꽤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민자 권익단체들은 개정안이 최종 통과될 경우 소송전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 이민자 권익 활동가는 "주민 의견 수만 건을 받은 것도 개정안 시행을 지연시키기 위한 전략"이라며 "이민자 권익단체들은 정권이 바뀌기 전까지 개정안 시행을 최대한 늦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다 뉴욕주는 푸드스탬프 1달러 투자하면 1.79달러의 경제 효과가 발생한다고 주장하는 등 지방정부들 차원에서 개정안은 개악이라고 말하고 있다.

공적부조 개정안은 일종의 냉각효과(chilling effect) 전략이다. 생활보호대상 이민자들과 중산층 이민자들을 정치적으로 분리해 저소득층을 고립시키고 중산층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백인 보수층 지지자들을 규합하는 효과도 있다.

이런 와중에 정체 불명의 단어 '조만간'이 한인 저소득층의 불안감을 붙잡아 공포의 늪으로 동반 입수하고 있다.


황상호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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