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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엄마가 신발을 꺾어 신는 이유

오수연 / 사회부차장·문화담당
오수연 / 사회부차장·문화담당 

[LA중앙일보] 발행 2019/01/14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19/01/13 14:36

언제부터인가 엄마는 신발을 꺾어 신는다. 엄마의 신발들을 쭉 살펴보니 상당수가 뒤축이 구겨져 있다. 엄마에게 잔소리를 했다. "엄마 신발 꺾어 신지 마세요. 신발 다 망가져요." 엄마는 알았다고 답했다. 그 이후에도 몇 차례나 잔소리를 했던 것 같다. 지난 연말 엄마와 쇼핑을 하기 위해 함께 집을 나서는데 또 엄마는 신발을 꺾어 신는다. "엄마 신발요."

운동화를 한 켤레 사드리며 엄마에게 다짐을 받듯 또 한번 잔소리를 했다. "이 신발은 꺾어 신지 마세요." 엄마는 "알겠다"고 말했다. 그날 밤 침대에 누웠는데 문득 엄마의 신발이 다시 생각났다. 이해가 가지 않아서다. 신발이 망가지는 걸 알면서도 왜 계속 신발을 꺾어 신는 걸까. 젊은 층 사이에서 꺾어 신는 게 유행이라지만 엄마가 그들을 따라했을 리는 만무했다.

그러다가 한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한해가 다르다'는 엄마다. 특히 엄마는 허리가 약해서 구부리는 것을 불편해 했다. 그래서 평소 엄마가 무거운 물건을 들라치면 그렇게 잔소리를 했었다. 허리도 안 좋으면서 무리하는 엄마가 답답했다. 그걸 다 알면서도 구부리는 것이 힘들어서 신을 꺾어 신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무심했다.

100세 시대다. 60대는 '노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실례라고 한다. 2015년 UN은 세계 인류의 체질과 평균 수명 등을 고려해 새로운 평생연령 기준을 발표했다. 17세까지는 미성년자, 18~65세까지는 청년, 66세~79세까지는 중년, 80세~99세까지 노년, 100세 이후는 장수노인이다. 그만큼 건강하고 젊게 사는 시니어들이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아무리 건강해도 신체 나이를 간과할 수는 없다. 40세가 넘어가면 해마다 평균 1%씩 근육량이 줄어든다. 근육이 부족해지면 뼈와 관절에도 약해진다. 근육이 감소하면서 근육이 지탱해주던 힘이 그대로 관절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기억력도 하루가 다르다. 치매는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국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치매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치매환자 수는 72만4857명(노인인구 712만 명)이다. 10명 중 1명이 치매다.

부모도 자식도 그리고 사회도 이 시대를 제대로 준비한 이는 없다. 80세를 두 번 사는 사람도 없고 90세의 부모를 두 번 모셔 본 자식도 없다. 겪어보지 못해서 때론 몰라서 어쩌면 실수투성이 일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고 더 세심한 이해와 배려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신발을 꺾어 신는 부모에게 구두 주걱이나 앉아서 신발을 신을 수 있는 의자가 필요하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한다. 평소 좋아하던 바비큐를 많이 먹지 못한다면 부모의 치아에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설거지 한 그릇에 고춧가루가 남아있다면 돋보기가 필요하거나 백내장 수술이 필요한지도 체크해봐야 하고 1층으로 방을 옮기겠다는 부모의 무릎은 괜찮은지 함께 병원에도 가봐야 한다.

작은 일이지만 오늘은 엄마를 위한 기다란 구두 주걱을 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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