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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소사이어티 유분자 이사장 "죽음 생각하면 삶 더 풍성" .

여든을 넘긴 이와 죽음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은 꽤나 불편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담담하다 못해 열정적으로 자신의 죽음 준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 어메이징한 여자는 바로 소망소사이어티 유분자(83·사진) 이사장이다. '한인 간호사들의 대모'라 불리며 간호사로 반세기를 살아온 그녀는 2007년 '아름다운 삶,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소망소사이어티를 창립했다. 창립 무렵 웰빙이라는 말조차 생소한 한인사회에 웰다잉이라니, 시작이 순탄치만은 않았지 싶었다.

"다들 미쳤다고 했죠.(웃음) 그러나 간호사로 50년간 일하며 죽음을 미리 준비하지 않아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이들을 목도하면서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해선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 용기를 냈습니다. 무엇보다 투병 중이던 남편의 격려가 큰 힘이 됐죠."

당시 그녀의 남편은 당뇨로 투병 중이었는데 이후 2년간 그녀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다 2010년 세상을 떠났다. 생전에 남편은 연명치료 여부와 장례절차 등을 구두로 남겼는데 남편의 사망 후 그녀는 이 모든 것에 대한 문서화를 절실히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이미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은 물론 시신기증 신청도 해 놓았다.



"웰다잉을 위해선 소유를 정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집안 가득 쌓아놓은 사진이며 옷가지, 살림살이 등도 죽고 나면 가족들에겐 다 짐이니 미리 정리하는 게 좋죠."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를 위해 그녀가 정리하는 것은 비단 물건만은 아니다. 요즘 그녀는 살면서 고마웠거나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들 리스트를 만들어 점심 한 끼라도 나누며 마음을 전하고 있다.

"이렇게 죽음을 준비하면서 자신을 내려놓으면 평화와 기쁨이 찾아와요. 잘 살아온 이들이 죽을 준비도 잘 하지만 반대로 지금부터라도 죽을 준비를 잘 하면 삶이 훨씬 더 풍성하고 행복해집니다."

맞다. 죽음은 삶과 동 떨어진 것이 아닌 삶의 한 부분이 아니었던가. 왜 그녀가 죽음이라는 일견 무거운 주제를 지고도 이토록 열정적이고 행복한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순간이었다.


이주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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