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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TALK] 클래식 음반, 녹음은 어디서?

1908년 모차르트의 고향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태어나 1989년 같은 곳에서 숨을 거둔 세기의 음악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베를린 필하모닉의 수장으로 35년 동안 세계 클래식 음악 시장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클래식 음반 제작의 상업화를 이끌었던 그는 생전 1000장에 가까운 음반을 녹음하여 2억 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한 전무후무한 인물이다. 당시 그가 녹음한 음반의 인세만으로 매년 4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수입을 올렸음은 물론, LP에서 CD, 그리고 연주 영상 제작까지 앞장섰을 만큼 시대를 내다보는 탁월한 안목을 갖추기도 했다. 이런 측면에서 베를린 필하모닉이 오늘날 최고의 명성을 지닌 악단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만든 일등공신은 바로 카라얀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히 일부 작곡가들을 제외하고 그가 녹음하지 않은 관현악 작품, 협주곡 그리고 오페라가 없을 정도로 그 규모가 압도적이다. 카라얀의 생전 녹음 장소로 많이 사용되었던 곳 중 하나는 베를린의 다렘(Dahlem)이란 곳에 위치한 '예수 그리스도 교회(Jesus-Christus-Kirche Dahlem)'이다. 콘서트홀도 아니고, 전문 리코딩 스튜디오도 지어진 곳도 아니다. 이곳은 카라얀뿐만 아니라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칼 뵘, 클라우디오 아바도, 다니엘 바렌보임 등과 같은 역사적인 지휘자들을 비롯해 루치아노 파바로티, 로스트로포비치, 안네-소피 무터, 기돈 크레머 등과 같은 최고의 연주가들이 녹음 장소로 찾는 곳이다.

뉴욕에도 베를린의 '예수 그리스도 교회'와 비슷한 장소가 있는데, 바로 '아카데미'로 불리는 '아메리칸 아카데미 오브 아츠 앤드 레터스(American Academy of Arts and Letters)'이다. 이곳 내부 에 위치한 730석 규모의 오디토리움은 음악회가 자주 열리는 곳이 아니라서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작은 규모의 오케스트라나 솔로 녹음에 최적화된 곳으로 평가 받는 장소이다. 지난 90여 년 동안 루빈스타인, 야노스 슈타커, 이츠하크 펄만, 플라시도 도밍고, 미도리, 요요마, 르네 플레밍, 엠마누엘 액스 등과 같은 거장들이 선호하는 녹음 장소로 이미 1000건이 넘게 사용되어 클래식 음악 녹음에 있어서 역사적인 장소로 여겨지고 있다.

대개 전문적으로 리코딩 작업을 하는 스튜디오에는 고가의 장비들이 이미 구비되어 있지만, 다렘 교회나 아카데미 같은 곳은 기본적으로 녹음 이외 다른 용도로 사용되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매번 녹음장비를 설치하고 철수해야 한다. 녹음 규모에 따라 장비 셋업에만 반나절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기도 하고, 피아노가 필요한 녹음은 강당으로 직접 가지고 와야 한다. 게다가 아카데미에는 조명을 따로 설치해야 해서 연주자들은 오페라나 뮤지컬 등에 사용되는 보면대용 소형 플래시를 사용해야 한다. 녹음실에서 작업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인원과 시간 그리고 자원이 동원돼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면서 굳이 이런 곳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2011년 아시아인 최초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부문 1위에 오른 소프라노 홍혜란이 그의 첫 번째 음반 출시를 위해 최근 아카데미에서 녹음을 마쳤다. 그는 무대 위에서 들리는 악단의 소리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했지만 공간 자체가 가진 자연스러운 어쿠스틱이 만들어내는 조화로움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고 말했다. 도밍고나 플레밍과 같은 최고의 성악가들이 선택한 녹음 장소라는 사실도 결정에 도움이 되었다고 밝혔다.



수백 명이 동원되는 큰 규모의 녹음을 위해서는 대형 콘서트홀을 이용해야겠지만, 공간이 넓어질수록 소리의 선명도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아카데미나 베를린의 예수 그리스도 교회는 그리 넓은 공간이 아니다. 그래서 울림이 지나치게 심하지도, 그렇다고 답답할 정도로 건조하지도 않다. 이런 장소를 사용할 수만 있다면 한 트럭 분량의 녹음 장비와 수십 개의 마이크를 정교하게 설치하는 불편은 당연한 일이 되어버린다. 감동의 울림을 가장 자연스럽게 담아내고 싶은 열망은 모든 음악가가 가진 원초적 갈증이기 때문이다.


김동민 / 뉴욕클래시컬플레이어스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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