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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천리마를 찾는 안목

사람 쓰는 게 쉽지 않다. 요즘 회사나 업소마다 필요한 인력을 구하는 게 쉽지 않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사업체 규모와 상관없이, 신입사원부터 경력사원까지, 또 제대로 일하는 인재가 드물다는 총체적 인력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존 인력의 효율적인 활용도 큰 고민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미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호황이 지속하면서 더 좋은 보수와 혜택을 찾아 이직하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 늘자 일부 회사는 직원 처우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급여를 올리고 휴가를 늘리는 것은 물론 각종 복지제도를 추가하고 공정한 업무 평가제도 마련을 통한 포상제도를 강화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일에 대한 보상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데 정말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보상이 전부는 아니다. 보상 외에도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또는 나의 능력에 대해 제대로 인정해주는 사람이나 회사가 있다면 이것만으로도 그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것이 또 인간이다. 인지상정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말을 감정하는 사람을 부르는 상마가(相馬家) 중에 손양이라는 인물이 있다. 그 안목이 특출나 그가 고르는 말은 백이면 백 모두 명마였다고 해 지금도 본명인 손양보다는 백락(伯樂)으로 더 많이 불린다. 하루는 초나라 왕이 백락에게 좋은 말을 구해오라고 명을 내렸다. 백락이 길을 나서던 중 비쩍 마르고 볼품없이 생긴 말이 소금마차를 끌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백락은 그 말이 천리마의 자질을 갖추고 있음을 직감했다. 백락이 측은지심에 자신의 베옷을 벗어 말의 잔등을 덮어주자 말은 자신을 알아주는 데 감격해 길고 우렁차게 울었다고 한다. 소금장수에게서 말을 사 온 백락은 이후 가장 좋은 먹이와 편안한 마구간을 내주며 힘써 보살펴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변화시킨 뒤 왕에게 바쳤다. 이에 초나라 왕이 바로 말 위에 올라타 채찍을 한 번 휘두르니 말은 그 길로 천리를 질주했다고 한다. 천리마라는 단어가 생겨난 일화다. 하물며 말도 이러할진대 인간의 경우는 말해서 무엇하랴.



공정한 업무평가도 중요하다. 판매나 광고 부서는 수치가 나오기 때문에 그나마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하지만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 자체가 힘든 부서가 있다. 이런 부서는 대부분 그야말로 윗사람 마음이 인사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주관적이기 때문에 결과를 놓고 뒷말도 많은 편이다.

또 비상식적이고 몰상식적인 인사는 피해야 한다. 최고 경영자가 인사 기준을 젊음이나 주량, 나에게 없는 캐릭터, 아부와 감언이설 등 업무와 직접적 연관이 없는 요소로 잡는다면 그 조직에서 묵묵히 성실하게 일해 온 수많은 직원이 느낄 배신감과 허탈함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데 이런 인사가 이 세상에는 드물지 않고 비일비재하다. 그만큼 이 사회는 비상식적인 일이 많이 벌어지고 있으며 비상식이 오히려 상식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물론 안다. 인생이 그렇듯 회사 조직에서의 인사도 단 하나의 해답이나 기준만 있을 수 없다는 것을. 하지만 최소한의 기준과 상식은 대들보처럼 존재해야 한다. 회사는 그런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장치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인재를 발굴하고 발굴한 인재가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터전을 제공하는 것이 회사가 할 일이다.

백락이 소금마차를 끌던 천리마를 한눈에 알아보듯 경영진은 숨겨진 인재를 찾아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인재를 제대로 알아봐 주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면 그 회사에는 천리마가 탄생하는 것이다. 회사가 어렵다면, 인재가 부족하다면, 인사 정책이나 기준이 잘못 시행되고 있었던 것은 아닌 지부터 돌아볼 일이다. 인사는 만사다.


김병일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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