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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불법이민 아닌 서류미비

툭하면 듣는 '법 앞에 평등'이란 말은 듣기만 좋고 쓸 데가 없다. 평등하지 않기에 평등하다고 억지를 부리는 말인 탓이다. 법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사람이 만들고, 고치고, 뒤집고, 있거나 없는 걸로 한다. 헌법도 마찬가지다. 요즘 이민자들에겐 법이 말썽이다.

'불법'이란 말은 잠깐이면 '합법'으로 바뀔 수 있다. 이민자 단체들이 불법체류자(illegal alien) 또는 불법이민자(illegal immigrants)를 서류미비자(undocumented)라고 부르는 까닭이다. 그리고 사람은 불법일 수 없다(no human being is illegal). 하지만 '이민 서류'가 없는 건 맞다. 그래서 법을 바꿔 서류를 달라는 것이다.

1986년 이른바 '사면'이라고 부르며 서류를 줬던 때가 있다. 그 때 300만 명이 합법이 됐다. 지금은 한인 20만여 명을 비롯 1100만여 명이 서류미비자다. 이렇게 많아진 것도 법이 바뀌어서 그렇다. 서류미비자라 하더라고 가족.취업 이민 신청을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면 1000달러를 내고 영주권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이민법 245(i) 조항이 2001년 4월 없어졌다. 245(i) 신청자는 2001년 4개월 간에만 31만5000여 명이었다. 그 뒤 합법의 길은 없어졌고 서류미비자는 자꾸 늘어났다.

법의 줄거리는 거의 이렇다. 힘 센 사람들이 만들고 모두에게 꼭 지키라고 한다. 맞는 말도 꽤 많이 넣는 데 언제나 생각이 못 미친 곳이 있다. 또 일부러 속셈을 하고 그른 말을 넣어 몇몇 사람들 뱃속을 채우려 한다. 이들이 잔뜩 배를 부풀린 뒤에야 잘못이라는 외침이 커지면 못 이겨 바꾸며 또 속셈을 한다.



힘이 없는 사람들은 다르다. 때로는 어깃장 '불법' 딱지를 짊어지고 살면서 낑낑대다가 "해도 너무 한다"는 말이 나오면서 법을 새로 만들거나 바꿔달라고 모여서 외친다. 가끔은 꿈을 이룬다. 그 때 자취가 새겨지며 사람 살림은 앞으로 간다. 그런데 모여서 외칠 때 정말 '불법'을 저지르기도 한다. 넘으면 안 되는 곳을 지나치고,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밀기도 하고, 주먹도 휘두르고, 뭘 좀 던지기도 한다. 힘 센 사람들이 '합법'으로 휘두르는 주먹질에 두들겨 맞기 일쑤이지만 그래도 애써 이길 때도 꽤 있다.

투표를 하겠다는 온 누리 여성들의 선거권 운동, 밥 먹고 자고 쉬고 싶다는 노동운동, 업신여기지 말라는 유색인종 민권운동이 그랬다. 그리고 지금의 이민자 권익운동이 그렇다.

불법이라고 혼내지만 말고 법을 바꿔서 합법으로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그러면 '법 앞에 평등'이 잠시나마 된다. 처음부터 서류미비자들은 불법의 테두리에 가둘 수 없는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일하지 않는 서류미비자들은 되돌아 가게 마련이다.


김종훈 /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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