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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인 고객들의 비상식적 '갑질'

일주일에 5일 이상 마켓을 방문한다. 직업상 자주 가는 것도 있지만 주부이다 보니 남편과 여러 마켓을 다니며 장을 보는 것은 일상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마켓을 자주 가다보니 다양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특히 직원들에게 고함을 지르는 등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광경들을 말이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한 손님이 마켓상품권으로 결제하는 과정에서 캐시어와 시비가 붙었다. 가만히 들어보니 이 손님은 약 26달러를 결제하는데 50달러 짜리 상품권을 제시한 것이다. 마켓 규정상 상품권 금액의 10% 이상은 현금으로 돌려줄 수 없는데도 끝까지 떼를 쓴 것이다. 결국 마음대로 되지 않자 이 손님은 상품권 대신 10달러 짜리 두 장, 1달러 짜리 6장을 던져버리듯 내고는 현장을 떠나버렸다. 순간 분위기는 얼음장이 되었고 담당 캐시어는 터져나오는 울음을 꾹 참으며 다음 고객을 맞았다.

또 한 번은 한 손님이 크레딧 카드로 결제를 하는 과정에서 계속 오류가 나자 현금이 없다며 외상을 해달라는 장면을 본 적 있다. 그 다음 손님의 카드는 정상적으로 작동되는걸로 봐선 기계의 문제는 아니었을 터. 하지만 그 손님은 외상을 해달라는 말을 '부탁조'가 아닌 '당연한 권리'로 생각하는 태도로 직원을 대하고 있었다. 당연히 외상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 손님은 육두문자를 퍼부으며 씩씩거리다 나갔다.

마켓 관계자들은 이런 고객들을 응대할 때면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고 털어놨다. 한 마켓 매니저는 "술은 교환이 안되는데, 그것도 뚜껑을 딴 술병을 들고와 처음 생각했던 맛이랑 다르다며 교환해달라는 고객이 있었다"면서 "안된다고 했더니 그 자리에서 바닥에 술을 다 부어버리고 나가버렸다"고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행동임에도 일부 손님들은 그렇게 자신의 화풀이를 하는 것 같았다.



한인 고객이 가장 어렵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비단 한인마켓 뿐 아니라 식당 등 서비스 업종에서도 비슷한 생각인 것 같다. 물론 손님 입장에서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거나 서비스 개선과 관련된 내용은 얼마든지 단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아니, 이야기를 해야 한다. 하지만 흔히 말하는 '고객 갑질'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한국에서는 이미 이러한 블랙 컨수머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야말로 각종 업계에서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인 것이다. 예를 들어 '반말 사절' 등의 문구를 계산대 앞에 붙여놓는가 하면 고객에게 무조건적인 친절만을 강요하던 분위기에서 악성 고객에게 정당하게 맞설 수 있도록 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는 것이다.

갑질은 고위 지도층만의 일탈이 아닐 것이다. 내 자식이, 나의 어머니가 어디에선가 이와 같은 모욕을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욱하던 마음도 조금은 낮출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사람 간 더불어 사는 세상, 말은 한 사람의 인격을 나타내는 만큼 상대방 입장에서도 생각해 볼 줄 아는 '역지사지'의 습관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홍희정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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