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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TALK] 스타인웨이, 혹은…

얼마 전 유명 피아니스트 백혜선과 음악회를 가졌다. 맨해튼의 콜럼비아 대학 근처의 한 교회에서 열렸는데, 그곳에 있는 피아노 상태가 좋은 편이 아니라 음악회를 위해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빌렸다. 많은 피아니스트들은 스타인웨이를 선호한다. 마르타 아르헤리치, 머리 페라이어, 에프게니 키신, 랑랑과 같은 특급 피아니스트들 역시 스타인웨이를 고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출신의 가구 제작가 스타인웨이가 뉴욕으로 이주해 아들들과 함께 피아노 제작에 뛰어들면서 회사는 시작되었다. 100% 수제로 약 2년의 제작 기간이 소요되는 스타인웨이는 현재 120여 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뉴욕과 함부르크에서 피아노를 생산하고 있다.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구비해 놓지 않은 콘서트홀은 없을 정도로 피아니스트들의 선호도는 절대적이다. 규모가 큰 홀이라면 두 대 이상, 여기에 이탈리아의 파지올리, 일본의 카와이 혹은 야마하를 보유하고 있기도 한다.

이탈리아 피아노의 상징인 파지올리는 명품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스타인웨이의 명성에 대항할만한 대표주자로 평가된다. 극히 제한된 수량만을 제작 판매하고 있어서 높은 희소성 때문에 그 가치를 더 인정받는다. 스타인웨이보다 고음역대가 더 날카로운 반면 중음대로 내려오면 소리가 두터워진다. 실제로 스타인웨이에 익숙한 많은 피아니스트들은 처음 파지올리를 접하면 소리를 어떻게 내야 할지 잘 몰라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라자 베르만, 안젤라 휴이트, 재즈 연주자인 허비 행콕 등이 아끼는 브랜드이다. 머리 페라이어나 알프레도 브렌델 역시 파지올리를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828년 비엔나 근교에서 이그나츠 베젠도르퍼에 의해 시작된 베젠도르퍼 피아노는 오랜 역사를 상징하듯 처음으로 오스트리아 황실에 들어갔다.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프란츠 리스트가 애용한 피아노로 명성을 얻게 된 베젠도르퍼는 그가 연주하러 다니던 곳들을 중심으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특히 88개의 건반에 9개의 저음 건반을 추가해 악기가 커지면서, 소리가 깊고 둥글다는 평가를 받는다.



리히터가 말년에 애용한 것으로 알려진 야마하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지난 쇼팽 콩쿠르 입상자 음악회에서 선택했던 것으로도 화제가 되었다. 오르간을 제작하던 야마하 도라쿠스가 악기회사를 설립해 세계적인 회사로 발전했다. 백혜선이 1994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1위 없는 3위에 올랐던 당시의 피아노 역시 야마하였는데, 당시 회사 측에서 콩쿠르에 참여하는 모든 피아니스트마다 야마하 전속 테크니션을 배정해 실제 콩쿠르 무대에 놓여있는 악기와 똑같은 조건의 피아노에서 연습할 수 있도록 연주자들을 배려하는 데 만전을 다했던 기억을 소개했다.

또 다른 일본 회사인 카와이는 적응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약간의 둔탁한 느낌의 사운드에 익숙해지면 이 브랜드만을 사용하게 된다. 1900년 일본 최초의 피아노 개발, 1928년 최초의 그랜드 피아노를 제작한 이후, 뉴욕.인도.중국 등에 공장을 설립해 자동화를 이룬 카와이는 디지털 피아노를 포함한 다양한 레벨의 악기를 생산하고 있다.

다른 사람이 스타인웨이로 하는 연주를 듣는 것은 좋지만, 정작 본인은 야마하로 연주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피아니스트가 있다. 악기를 연주할 때의 느낌이 본인과 맞기 때문이란다. 다 똑같아 보이는 피아노라도 연주자들이 찾는 제품과 선호하는 음색은 다 제각각이다. 소장한 5대의 피아노 가운데 원하는 자신이 애용하는 악기만을 고집해 들고 다니며 연주했던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같은 인물도 있었으니 말이다.


김동민 / 뉴욕클래시컬플레이어스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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