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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철수 속병클리닉] 내 증상은 이런 검사와 처방이 필요해요

자가진단 맹신하는 환자 확실한 원인 규명 못 해 증상에 대한 정확한 상담과 의사 심사숙고 할 여유 필요 경험한 진단.처방 강요 금물 열린 대화로 진료 임해야

우리가 의사를 찾는 이유는 자신이 느끼는 신체적 불편함과 아픔 및 증상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서다. 별 증상 없이 정기 검진을 하러 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딘가 몸이 편치 않아서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환자들을 대면하고 상담하는 과정에서 의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환자가 어떠한 증세로 병원을 찾게 되었는지를 밝히는 일이다. 그런데 이것은 평소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어디가 어떻게 불편해서 왔느냐는 질문에 대답은 가지각색이다. 차분하게 자신의 과거 병력과 증세를 자세히 설명해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증상은 어느 병에서 왔으니 그 질환을 중점으로 검사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자꾸 빈혈이 와서요" 아니면 "제가요, 위염 증상이 있어서…" 라든가 또는 "지방간 증세인 것 같아서…" 등등의 자가 진단이 쏟아져 나온다. 심지어는 "분명히 가슴에 이상한 뭔가가 있으니 MRI 검사를 해달라"고 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이런 경우에는 환자가 자신의 증상이 어디서 비롯되었다는 일종의 고정관념을 가지고 병원에 오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의사도 환자의 요구 사항을 들어주는 것으로 진료를 대신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환자가 가진 증상의 확실한 원인을 발견하지 못한 채 나중에 유감스러운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내 병은 내가 안다?




신문.잡지.라디오.TV 그리고 인터넷 등에서 수집한 건강 상식과 치료 방법 등을 누비이불 만들 듯 이리저리 꿰어 맞추어 이미 자신의 증상에 대해 진단을 내리고 거기다가 처방까지 정해 놓고 병원을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자신의 증세를 심각하게 생각해 보고 어떠한 질환일지 연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다. 이것은 의사를 찾기 전에 어느 정도는 자신이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며 의사의 입장에서도 환자에게 권하고 싶은 점이다. 그러나 이것도 정도가 지나쳐 본의 아니게 "내 병은 내가 안다"는 식의 고정관념을 가지고 의사와 힘겨루기(?)를 하게 된다면 의사에게 큰 도움을 받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의료진에게서 최대한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방법은 단 한 가지, 의사와 열린 대화를 하는 것이다. 자기의 증상을 비롯한 모든 것을 내어 놓고 편안한 마음으로 상담하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고 상담하는 것은 좋지만, 의사로 하여금 심사숙고 할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것 또한 현명한 환자의 태도이다. 그래야만 참된 열린 대화가 가능하고 또 제대로 진료가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가 진단 뿐만이 아니다. 환자 자신은 제산제나 위산 분비 억제제를 복용하면 나을 단순한 문제라고 거의 확신하고 있는데, 의사가 위내시경 검사를 하자고 하면 의사를 미덥지 않게 보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열이 나고 춥고 오한이 나는 자신에게 의사가 항생제 한 방을 놔주면 만사 오케이일 것 같은데, 물만 많이 마시라고 하고는 기껏 해열제 한 두 알만 주고 이틀 후에 보라고 하니, 그런 환자들에게는 의사가 참 어찌 보면 소극적이고 신임이 가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즉, 자신의 자가 처방이 의사의 진단이나 처방과 일치하면 별 문제가 없다. 문제는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 생긴다. 어떤 환자들은 오랫동안 갖고 있던 증상을 의사에게 말하기는 하지만, 의사가 권하는 검사들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반면 피검사와 소변 검사, 그리고 어디선가 들은 검사의 종류를 대면서 거꾸로 의사에게 요청할 때도 있다. 어떤 사람이 나와 같은 증세를 가졌는데 어떤 검사를 했고 어떤 약을 먹었는데 좋아졌다면서, 나도 그 검사를 하고 싶고 그 약을 먹었으면 한다는 말은 잘못된 자가 진단과 처방이다. 어느 누가 그러는데 어디에는 뭐가 좋고 무슨 약이 특효라는 식의 민간요법이나 혼자서 자기 증세에 대한 진단을 내리고 처방을 쓰는 것 또한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약 처방을 원하는데 그것도 자기가 이미 결정한 위장약, 설사약, 당뇨약, 간 치료제 등을 처방해 달라고 할 때도 있다. 이런 경우 의사는 얼마나 황당한가? 어떻게 환자의 불편함과 아픔을 없애 주고 치료해 줄 수 있을 것인가?


자기 몸에 일어난 증상에 대해 섣부르게 진단하거나 처방하는 일은 절대 금물이다. 그보다는 아무리 사소한 증세라도 병원에 찾아온 이상 소홀히 여기지 말고 의사와 솔직한 대화를 하는 것이 우선이다. 환자와 의사가 따뜻한 인간 관계를 중심으로 서로 참으면서 열린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한다면, 까다롭고 때로는 불편한 건강 보험 제도의 현실 아래서도 흡족한 정도의 건강 증진을 도모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현철수 박사=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생물리학을 전공하고 마이애미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조지타운 의과대학병원에서 내과 레지던시 후 예일 대학병원에서 위장, 간내과 전문의 과정을 수료하고 많은 임상 활동과 연구 경력을 쌓았다. 로체스터 대학에서 생물리학 박사, 시카고 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마쳤다. 스토니브룩 뉴욕주립 의과대학과 코넬 의과대학에서 위장내과, 간내과 교수를 겸임했다. 재미 한인의사협회 회장, 세계한인의사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뉴저지주 의료감독위원회 위원이자 아시안 아메리칸 위암 테스크포스(Asian American Stomach Cancer Task Force)와 바이러스 간염 연구센터(Center for Viral Hepatitis)를 창설해 위암 및 간질환에 대한 캠페인과 나아가 문화, 인종적 격차에서 오는 글로벌 의료의 불균형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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