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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대입 비리의 끝은 자녀다

전화를 받았다. 한국에서 학원을 하는 지인이다. 최근 미국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있는 대입 비리 사건에 대해 얘기를 나누게 됐다. 실력이 되지 않는 자녀를 예일이나 스탠퍼드 등 엘리트 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해 뇌물을 주고 성적 등을 조작한 유명 연예인과 변호사, 사업가 등 50여 명이 연방수사국(FBI)의 수사로 적발된 사건이다.

연방검찰 기소장에 따르면 적발된 학부모들이 브로커 역할을 맡은 대입 컨설턴트 윌리엄 릭 싱어에게 자녀의 대입을 위해 쓴 돈은 무려 2500만 달러다.

이 돈은 대학 운동부 코치들에게 뇌물로 전달돼 운동을 해본 적도 없는 학생들을 버젓이 운동 특기 선수로 입학할 수 있게 했다. 또 이 돈은 학생들을 합격시키기 위해 대입시험을 대리응시하게 하고 운동 기록을 조작하는데 쓰였다. 학생이 합격하면 비영리재단 이름으로 학교에 기부까지 했다고 한다.

미국 대학들의 입학 전형 시스템은 수능 반영비율이 정해져 있는 한국과 달리 자유로운 편이다.



대학마다 지원자의 성적과 에세이, 특별활동 기록 등을 검토해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데 각 분야별 반영 비율이나 반영 분야도 다르다. 합격 심사에서 SAT나 ACT 점수를 보지 않겠다고 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그만큼 입학심사 과정에 입학 사정관의 판단과 자율성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다양한 인종이 거주하는 사회인 만큼 지원자의 특성과 문화적 차이를 고려해왔던 미국에 입시 비리가 존재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대학 자존심은 많이 망가졌다.

하지만 이 지인이 전해준 한국 학부모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새삼스럽게 뭘 호들갑을 떠냐"는 거다. 한국에서 진행되는 불법 행위나 거래 가격에 비하면 별것도 아니라는 설명에 말문이 막혔다.

지인은 최근에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입시 비리를 알려줬다. 3월에 제주도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대입시험 SAT 일정이 태풍으로 연기되자 시험을 치르지 못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경쟁하듯 당일 시험문제집을 입수하기 위해 온갖 수단과 네트워크를 동원했다고 했다. 설명을 듣지 않아도 '온갖 수단'이란 돈을 뜻하는 것이고 '네트워크'는 같은 날 서울과 다른 지역에서 치러진 SAT 시험장 관계자나 학원 선생들일 것이라는 짐작은 자연스럽게 나왔다.

지인은 아는 학원 선생님을 통해 받았다고 문제집을 자랑스럽게 들고 온 제자들을 보면 할 말이 없다고 했다. 500만 원만 지급하면 대입시험(SAT)에서 만점을 받도록 해주는 학원이 성황이라거나, 중국에서 유출된 시험문제를 과목별로 4만 원이면 살 수 있다는 얘기는 강남의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이면 다 아는 얘기라고도 했다.

사실 이번 미국 입시 비리는 우연히 발견됐다. 보스턴 본부의 FBI 수사관 2명은 증권 비리를 수사하던 중이던 관련자로부터 예일대 여자축구팀 코치가 운동 자격증 위조 명목으로 40만 달러의 뇌물을 받았다는 제보를 받은 것이다. 대입 컨설턴트 싱어는 수사가 조여오자 협조하기로 하고 도청을 적극적으로 도왔고 그 결과 대형 로펌 대표, 할리우드 배우 등이 줄줄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학들은 연루 학생들을 학교에서 퇴출시킬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중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느냐"고 한다. 부모의 비리로 인해 인생이 망가지는 아이들이 불쌍하다고 한다. 하지만, 자녀는 정말 죄가 없을까? 부모의 비리를 거부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녀의 태도가 결백한 건지 모르겠다. 대입 비리 사건이 결국 부모가 자녀의 미래를 망가뜨리는 것으로 끝난다는게 전국의 학부모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아닐까.


장연화/ 사회부 부국장·교육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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