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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5G로 급변하는 세상을 대하는 방법

한국은 현지시간 지난 3일 오후 11시 세계 최초로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를 열었다고 선언했다. 이후 정부 차원의 기념식도 열렸는데 백미는 문재인 대통령이 '5G'를 과거처럼 '오지'라 하지 않고 '파이브지'라고 말한 부분이다.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3D' 프린터를 '삼디'라고 읽었다가 비난 받자 "우리가 홍길동이냐, '3'을 '삼'이라 읽지 못하고 '쓰리'라고 읽어야 하냐"고 항변했던 것을 떠올리면 빠른 태세 전환이다.

미국은 버라이즌이 한국보다 58분 늦게 상용화를 발표했고 후발 이동통신사들도 잰걸음 내딛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5G 헤게모니를 쥐기 위해 강대국들이 충돌하고 있다. 중국이 기술 굴기를 앞세워 5G 통신장비 공급 강국으로 부상하자 미국은 국가안보론을 들고 유럽의 동참을 요구하며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을 견제하고 있다.

5G 상용화의 기준을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최대 20Gbps 속도 ▶지연시간 1밀리세컨드 ▶용량 10Mbps/㎡라고 정의한다. 현재의 4G와 비교하면 이론상 속도는 20배 빠르고, 지연시간은 10분의 1 수준이며, 용량은 100배 크다. 미국의 가정용 인터넷이 빠르다고 광고하는 것도 속도가 100Mbps이니 5G의 20Gbps에 비하면 이론상 200분의 1에 불과하다.

그래서 5G가 얼마나 빠르냐 하면, 2GB 용량의 영화 한편을 스마트폰에 내려받는데 걸리는 시간이 0.8초다. 20년 전 2G 시절에는 32시간이 걸렸고, 3G에는 19분, 4G에는 16초였던 것이 눈 한번 '꿈뻑'할 사이로 줄게 됐다. 지연시간이 줄어들면 고(高)사양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자율주행 자동차,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이 더욱 편리해지고 완벽해진다.



이렇듯 인간의 수많은 욕망 중 한 말단은 무한대의 속도와 용량을 향해 뻗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사실 5G 이동통신은 인간을 위한 기술이 아니다. 영화 다운로드에 걸리는 16초와 0.8초는 인간의 행동심리에 비춰보면 유의미한 차이는 아니라고 한다. 대신 5G는 기계를 위한 기술이다. 사물인터넷 센서를 장착한 장치와 원격으로 조종하는 드론이나 로봇, 자율 주행하는 자동차와 같은 기계가 새로운 '고객'이다.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 온 기술이 그 기대를 뛰어넘자 새롭게 목표를 정한 것이다.

여전히 "그래서 대체 5G가 나와 무슨 상관이냐?"고 따질 분들이 계실 텐데 잠깐 과거를 떠올리면 좋겠다. 무선호출기인 삐삐도 좋고, 별명이 '벽돌폰'이었던 모토로라의 다이나택 8000X나 스타택도 좋다. 생애 첫 핸드폰을 기억해 낸다면 지금 내 사용하는 휴대폰이 얼마나 전지전능한지 깨달을 것이다. 스마트폰이라면 전화하고, 문자하고, 카톡하고, 메일 주고받고, 사진 찍고, 인터넷 검색도 할 수 있는데 여기에 앱만 잘 설치하면 이 녀석은 지갑도 되고 극장도 되며, 은행도 되고 파티장도 된다. 단순히 애플이나 삼성이 아이폰이나 갤럭시S를 잘 만들어서가 아니고 이동통신 기술도 발전했기에 가능해진 일이다.

요즘 개인적으로 양자역학에 대한 책을 읽고 있는데 그렇게 하도록 '팔꿈치로 슬쩍 찌른(nudge:넛지)' 것은 이달 말 개봉을 앞둔 영화 '어벤저스-엔드게임'이다. 양자역학 원리가 이용돼 전편에서 망해버린 우주와 사라진 히어로들을 구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대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논리적인 허점은 없을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는 아니지만 그래도 5G에 대한 지적호기심을 가져 보자고 칼럼을 통해 '넛지'했으니 이제 행동은 각자의 몫이다.


류정일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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