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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밖 세상] "닫힌 마음의 문 두드리는 게 관심입니다"

지경희 카운슬러 / LA고등학교
지경희 카운슬러 / LA고등학교 

[LA중앙일보] 발행 2019/04/22 교육 23면 기사입력 2019/04/20 22:43

부모라면 누구나 자녀에게 거는 기대치가 있다. 또 수많은 정보로 인해 자녀교육의 정답은 알고 있는데 막상 그 방법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다른 비방을 묻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자녀를 가장 잘 아는 부모가 자녀교육의 열쇠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해결 방식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부모가 자녀의 학교생활에 대해 상담을 요청하면 나는 먼저 부모가 문제 해결을 위해 학교에 도움을 구했는지 물어본다. 그리고 학교 관계자와 만나 목소리 톤을 낮추고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대화를 통해 방법을 찾아 봤는지도 물어본다. 대부분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학교 관계자와는 이야기도 못해보고 주위에서 얻어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본인들의 생각만 이야기한다.

타인과의 대화 소통 방법에 대해 조언을 해주면 대부분은 부모 스스로 문제를 해결한다. 언젠가 누구의 소개로 전화했다며 자녀를 한 학년 낮추고 싶은데 방법이 없겠느냐는 질문을 단도직입적으로 하셨다. 부모는 나름 모든 정보를 수집했고 자녀도 동의했으며 가족과도 모든 결정을 내렸다며 마지막으로 그 방법을 알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는 일단 그 방법에 대한 해답은 젖혀두고 왜 그런 결정을 해야만 했는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 후로도 몇 번을 더 부모의 결정에 대한 진심 어린 대화를 통해 어머님은 자신의 결정을 바꾸었다.

요즘은 "부모의 기대가 너무 커서 부담이 돼요"라는 정도의 상담은 이젠 거의 들을 수 없다. 대신 "내가 알아서 세상을 살아갈 테니 관심 끄십시오"라든가 "교사가 학생들 앞에서 망신을 줘서 마음이 우울하다" 혹은 "나도 내 맘을 어쩌지 못하니 다 나을 때까지 학교를 당분간 휴학하고 싶다"는 등의 대담한 학생들의 얘기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일이 잦다.

자녀 잘되라고 가정의 예의를 가르친다는 것이 자녀에겐 더 없는 상처가 되어 마음이 아프다고 하니 이젠 부모도 자녀의 눈치를 봐가며 훈육을 해야한다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냐는 부모의 하소연만 는다.

포스터케어 가정에서 사는 학생이 있었다. 말이 없고 온순해서 그 어려움을 어떻게 이겨낼까 걱정스러웠다. 위탁가정을 옮기면서 피치 못한 사정으로 결석을 하게 된 그를 위해 나는 각 과목 교사들께 과제물을 받아 집에서 밀린 공부를 하도록 조정을 하고 교장 선생님께 잠시 들러 인사를 시켰다.

한국어반에 들러서는 숙제 대신 앉아서 그간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도 한국어 선생과 나는 학생에게 미련이 남아 "한국말 잘 배워야한다. 그리고 네가 한국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네가 미국에서 영어를 쓰고 살지만 결국 너는 한국인이다", "한국말을 잘 배우면 이 다음에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것이다. 아픈 엄마를 이해하고 졸업하면 잘 보살펴야 한다"고 마음 그득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봄방학이 지나고 학교에 돌아오면 그가 좋아하는 물 냉면을 만들어 먹자고 약속했다. "물 냉면 먹자"라는 말에 학생은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요즘처럼 모든 것이 너무 빨리 변해서 따라가기 힘든 얘들에게 무슨 골치 아픈 상담이 필요할까. 그런 자녀와 힘겨운 줄다리기를 하는 부모 마음은 또 어떨까 싶다. 그냥 그들의 마음을 한번 툭 건드려주는 것이 지금 필요한 위안이지 싶다. 먹고 싶은 음식 외에 어떤 생각이 더 간절할까. 골치 아픈 10대 청소년들에게도 언젠가 돌아가 안기고 싶은 곳이 엄마 품이다. 그때까지, 그들이 그런 마음을 지킬 수 있도록 우린 그냥 모르는 척 해주면 된다. 가끔 그들의 꽁꽁 닫힌 문을 두드려 보는 것, 그것이 관심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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