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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주민의회 '무작정 한인 뽑기'가 남긴 숙제

장수아 / 사회부 기자
장수아 / 사회부 기자  

[LA중앙일보] 발행 2019/04/29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19/04/28 14:26

2019년 윌셔센터-코리아타운 주민의회(WCKNC) 선거를 위한 후보자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같은 주민으로서 후보자를 보고 싶었다. 누가 지원하는 지, 왜 지원하는지 궁금했다. 올해 WCKNC 선거에는 44명이 지원했다. 그 중 절반인 22명이 한인이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한인 후보자를 주목했다.

먼저 후보들이 작성한 선거공약 및 포부를 봤다. 또 후보자와의 티타임에 참석한 후보자 중 커뮤니티에 대한 열정과 진정성이 눈에 띄었던 후보들을 추렸다.

하지만 문제는 이면에 있었다. '봉사자'라는 얼굴 뒤로 검은 뒤 배경을 가진 한인 후보들이 드러났다. 후보자 한 명이 미성년자 폭행 혐의로 자격 논란이 가열되면서 타 후보자에 대한 진상을 파헤치고 나섰다. 문제는 한 둘이 아니었다. 어떤 후보는 과거에 범죄 조직에 가담했었고, 어떤 후보는 문란한 성 생활 문제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합법과 위법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로 경찰의 눈 안에 든 후보도 있었다.

생각해 봐야 했다. 이 모두가 명확한 사실로 증명됐을 때, 과연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봉사직에 어울리는 사람일까. 종국엔 이권 다툼과 갖은 논란으로 주민의회가 파국에 치닫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인가.

투표장에 나가본 결과 사실상 이 고민 또한 이차적 문제였다. 지난 4일 있었던 투표 현장에서 "어떤 후보를 뽑았느냐?"라는 질문에 가장 많이 들은 대답은 "한인 이름에 투표했다"였다. 수치로 따지자면 10명 중 5명 이상은 그렇게 답했다. 나머지 5명은 후보자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던 사람들이었다.

일단 한인이면 뽑겠다는 안일한 생각과 타운 일이라면 당연히 한인이 제일 잘 알겠지 라는 심리도 작용한 듯했다. 사실 후보자 중에는 한인타운에 수십 년 이상 거주한 타인종 후보자도 많았고 이들 중에는 어릴 적부터 타운에서 자라면서 타운에 대한 애정이 한인 못지 않은 이들도 여럿 있었다. 하지만, 한인 유권자들에게 투표장은 무작정 '한인 뽑기'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결국 선거 캠페인 한번 벌이지 않은 한인 후보자가 당선되기도 했다. 공약 한 줄 남기지 않았는데 말이다. 과연 한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커뮤니티 일에 얼마나 적극 나설지는 미지수다.

지난 2006년 WCKNC 대의원 선거에 2100명이 넘었던 투표 참여는 불과 6년 뒤인 2012년, 즉 임기가 2년인 선거가 3번 더 진행될 동안 53명으로 곤두박질쳤다. '풀뿌리 민주주의' 이름 아래 출범한 주민의회가 유권자의 기대에는 못 미쳤다는 것을 방증한다. 참여의식 결여와 함께 사익을 챙기려는 대의원들의 패권다툼으로 유명무실한 존재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많았다.

오는 5월 6일 임기를 시작하는 WCKNC 대의원 26명 중 한인은 16명. 주민의회가 이권 쟁탈을 위한 각축장으로 전락해 또다시 불명예를 이어갈지, 대대적 쇄신을 통해 진정한 봉사단체로 거듭날지는 한인 의원들의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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