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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나에게 가족은 □□입니다

# 1. 지인들 사이에서 침 튀기는 논쟁이 벌어졌다. 간암 말기 투병 중인 할머니를 위해서 스무살 손자가 이식 수술을 위해 한국행을 결정한 것을 두고 찬반 의견이 엇갈린 것이다. 반대의 변은 아직 '인생 구만리'가 남은 아들의 결정을 부모가 말려야 한다는 것이다. "할머니 사랑은 이해하나 결국 할머니도 원하지 않을 시나리오이며 나중에 크게 후회할 것이 뻔하다"라고 만류한다.

하지만 할머니를 좀더 곁에서 보겠다는 손자의 정성에 말릴 방법이 없다는 것이 부모의 망설임이다. "실제 한국에서 이식 수술이 이뤄질 때까지는 아직 절차가 있고 결국 이것도 가족 모두의 길이 아닌가 싶다"고 설명한다. 아직 결론은 모른다.

# 2. 한인 입양인 레인. 아직 찾지 못한 한국의 친부모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주문하니 망설이다 이내 그리움을 쏟아낸다. "엄마~ 이렇게 부르는 것이 한국어 발음으로 맞는 지도 모르겠어요. 저를 버리시긴 했지만 그래도 엄마의 인생을 위해 과감하게 입양을 결정한 것은 잘 한 것이라고 봐요. 그런만큼 아직 만나지는 못했지만 좋은 곳에서 좋은 삶을 살아가고 있길 바래요. 곧 꼭 만나요."

레인은 눈물을 쏟지는 않았지만 목이 메이는지 말을 잘 이어가지 못했다. 그리고 기자에게 7살 딸아이를 할머니인 '엄마'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며 친모를 찾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버려졌다는 슬픔과 먹먹함에 갇혀있을 법 하지만 어린 딸을 바라보는 레인의 표정은 이내 밝아졌다.



# 3. 대구 사투리가 진한 크리스씨. 마흔살이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어머니'보다는 '엄마'라고 부르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는 '돈을 버는 이유가 좋은 것 먹게 해주고 좋은 것 누리게 해주기 위해서'라고 가족을 풀이했다. 전쟁 세대도 아니지만 그는 가족을 매우 단순하게 규정하고 싶어했다. 아이들이 잘 성장하고 어르신들은 잘 봉양해서 주어진 시간에 풍요롭고 여유있게 지내는 것이 가족이 해야할 의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거창한 목표와 도전 의식의 전초기지로 가족을 보기보다는 조그만 만족 여유 행복이 생성되는 곳이 가족이라는 말이다. 그의 웃음에서 넉넉한 여유가 느껴졌다.

# 4. 국적 항공사 오너의 가족이라 항상 부유해 보였다. 어떻게 구성해도 모두가 유복한 가족일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하지만 그의 가족이 싸우며 녹음한 목소리와 영상은 충격 그 자체였다. 어린 아이들이 있었지만 부모는 과격한 욕설을 쉽게 내뱉었고 그나마 아이들을 생각하는 양심은 있었던지 영어로 나누는 악다구니는 마치 홍콩판 느와르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돈이 많다고 항상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은 하기 쉽지만 오히려 돈과 욕심이 많으면 불행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닌 지 되새기게 된다.

#. 이상은 가정의 달을 맞아 본지가 주최하는 '패밀리 비디오 콘테스트(www.koreadaily.com/family 2019)'를 통해 만난 사람들과 그로 인해 떠올리는 장면들이다. 흥미로운 것은 아무리 강하거나 감정을 초월한 듯한 한인들이라도 카메라 앞에서 가족을 이야기하면 먼저 눈시울이 축축해진다는 사실이다. 어떤 사람은 '가족은 애증'이라고 했다. 무한한 사랑을 나누면 나눌수록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더 진하게 남는다는 것이다.

생각하는 가족의 개념도 달랐다. 피를 나누지 않은 부부는 피를 나눠 자식을 키우고 피를 나누지 않은 부모와 자식도 때론 피보다 더 진하고 거룩하다는 것을 보게된다. 이제 두 달간 '패밀리 비디오 콘테스트'를 통해 수많은 '가족 이야기'를 보게 될 것이다. 쏟아져올 숱한 사연과 스토리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최인성 / 디지털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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