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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이민자의 이중 지체 '프로즌 컬처'

황상호 / 사회부 기자
황상호 / 사회부 기자  

[LA중앙일보] 발행 2019/05/13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19/05/12 13:45

"저 냄비근성이 문제야!" 식당에서 저녁을 먹다가 화들짝 놀랐다. 30대 한인 직장인이 한국발 뉴스를 보다가 한국 대중들을 향해 '냄비근성'이라 말한 것이다.

요즘 한국에서도 되도록 자제하는 단어, 냄비근성. 사회 문제에 대해 쉽게 분노하지만 또 쉽게 잊어버린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단어는 대단히 대중 혐오적인 단어다. 공화국이 민주주의가 대중의 분노를 받아들여 제도로써 대안을 마련하지 못해 반복되는 현상인데 이를 다시 문제 제기를 하는 대중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 국회에서도 패스트트랙을 써가며 다양한 의견이 국회에 반영될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개편하자는 움직임이 있는 것이다.

"저래서 한국은 안 돼!" '한국 미세먼지 봐봐. 저러고 왜 살아', '한국 사람들은 명품 가방 없으면 못 사나봐', '저것봐 애들 학원비 저렇게 내고 어떻게 살아'. 어떤 이민자는 한국 사회를 가볍게 비판하며 상대적 우월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헬조선'을 탈출했다는 안도감일 수 있겠지만 너무도 가벼운 지적은 듣기가 불편하다.

오히려 현재 이민생활에 대한 불안함을 상대적 비교로 위안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는 비록 두꺼운 미세먼지 속에 살아가도 깨끗한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 힘쓰는 사람이 있고, 명풍 가방 없이도 자족적인 삶을 개척해 나가는 수 많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형, 내가 왜 그렇게 살았나 몰라." 한인업체에서 폭언과 과다한 업무로 시달리던 전문직 한인 청년이 최근 미국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한국에서도 이렇게 직원에게 일을 부리지 않았다"며 미국 내 한인업체에서 버티기 힘들었다고 했다. 그러고는 미국 회사에서는 완전히 딴 세상을 봤다고 했다. 상사가 부하에게 일을 시킬 때도 부탁을 하고, 일을 마치면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야근을 시킬 때도 사전 양해를 구하고 그 대가를 준다고 했다. 하물며 미국 내 한국 지상사 기업도 변하고 있다고 한다. 모 대기업 지상사는 부장급 간부 외에는 직원들끼리 직함을 높여 부르지 않고 'oo씨'라고 말한다고 한다. 현지 한국 기업에서만이 군대식 위계서열 문화가 서슬 퍼렇게 남아있다.

프로즌 컬처(Frozen Culture). 플로리다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국 정신건강 카운셀러 욜라 가마시가 이런 현상을 일러 표현한 말이다. 새로운 땅에 정착한 성인 이민자들이 현지 문화를 배우는 것을 거부한 채 조국의 발전하는 문화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이중 지체 현상을 말한 것이다. 사실상, 정신적 냉동 상태다.

그런데 얼음은 밖에 나오면 스스로 녹는다. 그러고 보면 인간은 이중 삼중 막혀 있는 두껍고 고립된 성에 자신을 가두고 살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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