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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로그인] 당신의 독립기념일은?

리처드 포드의 소설 '독립기념일'에서 마흔넷의 이혼남 프랭크는 전처와 사는 사춘기 아들과 독립기념일 휴가 여행을 떠난다. 프랭크는 아들에게 자유와 독립의 의미를 알려주고자 여행을 계획했지만 실제 그가 겪는 독립기념일은 불의의 사건사고로 얼룩진 축제의 날, 독립을 갈망하는 사춘기 아들의 혼란과 대면하는 고통의 휴일로 찾아온다.

온 국민이 떠들썩 기뻐하며 폭죽을 터뜨리고 즐기는 최강대국 미국의 탄생일이라는 화려한 배경 앞에서 평범한 소시민들이 치르는 '솔직한 국경일'은 어쩌면 그렇게도 외롭고 지독히 개인적이다.

국경일을 개인의 일상에 온전히 내면화·동기화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지만 특히 성인이 되어 미국에 온 한국인들은 '허겁지겁' 충돌하듯이 미국의 명절과 기념일 문화에 접속된다. 뉴이어스데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명절은 그럭저럭 낯익어도, 달마다 기념일은 왜 기념하는지도 모르는 채 남들 따라 놀고먹으며 흘려 보낸다.

나도 그랬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생일을 축하해야 한다기에 그런가 보다, 조지 워싱턴 생일날이 대통령의 날이라기에, 메모리얼데이는 현충일 같은 날이라기에 그런가 보다 했다.



그리고 찾아온 독립기념일은 그럼 광복절 같은 날인가 했는데 달랐다. 광복절은 태극기 조신하게 내걸고 장중한 기념식 중계를 온 국민이 관전하고 독립투사께 묵념하듯 보내는 내면의 휴일이었는데, 미국의 독립기념일은 무장해제한 한마당 축제였다. 영국의 식민지배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다시 태어난 생일날이 너무나 기뻐 폭죽을 터뜨리고 왁자지껄 바비큐 파티를 열며 개인주의자 미국인들이 모처럼의 단합과 결속을 이루는 명절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숯불 매운 연기 속에 바비큐를 줄창 구워도, 아낌없이 팡팡 터지는 불꽃 폭죽에 감탄하며 셔터를 눌러대도 여전히 '독립의 기념'이 뼈저리게 사무치게 와닿지 않는 서글픈 간극은 어쩔 수 없다. 그럴 때 생각했다. 미국 땅으로 옮겨 오며 한국의 삶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한 탓이라고. 독립을 선언하지 않았고 독립을 애써 구하지 않았고 어쩌면 독립을 바라지도 않았던 때문일 거라고.

개인의 삶에서 독립을 기념할 수 있는 날, '7월4일'처럼 명확히 점찍는 날이 가능할까.

모태와 분리되며 독립의 테이프를 끊었달 수 있다. 걷기의 시작이 '자립'의 독립에 첫 발일 수도 있다.부모의 조력 없이 이뤄낸 어떤 작은 성취가 독립 역사의 첫 줄일 수 있고, 주민등록증이 공인한 성인의 날, 첫 월급으로 경제적 독립을 현실화한 날, 결혼하여 심신을 온전히 독립된 가정으로 옮겨놓은 날이면 독립 기념일이 될까. 아니, 한국의 삶을 마감하고 미국에 첫 발을 딛은 그날이 나의 독립기념일이 되어야 하는 걸까.

무엇을 떠올려도 여전히 몸은 어딘가에 붙잡혀 있고 마음은 무엇엔가 의지해 있다. 홀로 서있지 않다. 어떤 존재의 온전한 독립이란 선언만으로, 갈망만으로, 경제적 자립이나 공간의 분리만으로 완료되지 않는 무한에 수렴하는 알파요 오메가인가 싶다.

게다가 요즘엔 한가지 독립의 과제가 추가됐다. 울타리로 조력자로 자식의 부모로 살아가는 동시에 자식의 삶에 매몰된 부모의 삶, 자식 인생에 경도된 부모 삶의 목표, 자식의 삶에 투사된 부모의 성취 같은 '의존적인' 부모의 삶에서 독립을 선언할 때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끄럽지만 올해도 나의 온전한 독립기념일은 미완이다. 당신의 독립기념일은 어떤가, 결정되어 있는가.


최주미 디지털부 부장 choi.joom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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