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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뇌는 어떻게 문학에 기여하나

생각하는 뇌(이성)는 서사적인 문학을 창출하는 데, 읽기가 힘들고 재미가 없는 경향이 있다. 이에 반해 고민하는 마음(감성의 뇌)은 서정적인 글을 만든다. 읽기 쉽고 이해가 빠르나 깊이가 없는 편이다. 이에 비해 이성과 감성이 만나는 뇌(정서의 뇌)에서 나온 글들은 상상과 감정이입을 통한 글이기에 한 단계 승화돼 문학작품으로서의 가치가 크다.

대뇌의 앞 부분 즉 전두엽의 밑바닥에 길게 늘어져 있는 뇌를 안와 전두엽(OFC) 그리고 대상피질이라고 부른다. 이성의 뇌와 감성의 뇌가 이곳에서 부딪쳐 신기하게도 평형과 조절작용을 하여 정서를 만드는 뇌 속의 비무장, 완충지대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OFC에서는 전전두엽에서 내려온 인지(이성)와 시상하부(대뇌하부)의 뇌에서 올라온 거칠고 원초적인 욕망이 부딪치게 된다.

OFC에서 평형조절이 긍정적으로 작용해 생기는 정서는 성경 갈라디아서에서 기술한 성령의 9가지 열매 즉 사랑, 희락, 화평, 오래 참음, 자비, 양선, 충성, 온유 그리고 절제이다. 반대로 부정적으로 작용해 생기는 정서는 반사회적, 사이코, 마약중독과 같은 비양심적인 정서가 된다.

대상피질에서는 전전두엽에서 내려온 이성과 변연계의 편도체와 해마에서 올라온 감정이 부딪치게 되어 긍정적인 정서로 사랑, 행복, 안정이, 부정적인 정서로 원, 한, 불안, 우울, 강박, 트라우마 등이 생긴다.



놀랍게도 문학은 바로 이곳에서 많이 창출된다. 감정이입을 통해 상상과 만나게 되어 상상적, 정서적인 문장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성적, 창의적 그리고 서사적 기술은 현실에서 100% 증명되는 과학이 되고 이론과 추론에 의한 비평 문학, 개념을 말(글)로 기술하면 수필문학이 형성되며 100% 사실적, 개연성을 갖게 된다.

반면 상상적, 감정이입에 의해서 기술된 소설은 과학적으로는 증명이 안 되지만 사실, 개연성 그리고 핍진성이라는 진실을 보여준다. 놀랍게도 시는 이성과 감성의 복합으로 이루어져 문학의 꽃을 피운다.

신경학적으로 보면 인격 형성은 정서의 뇌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인간이 인간다워지는 정서의 뇌를 잘 관리하여 한다. 뇌는 태어나면서부터 부단히 기억을 형성하고 저장하며 저장된 기억에서 개념, 상상, 그리고 창의가 다시 형성된다. 이렇게 형성된 이성은 감성을 만나면 강하게 충동 억제, 조절, 그리고 평형을 만들게 된다.

좋은 기억을 이용하지 못하는 전전두엽(이성)은 강력한 감정과 욕구를 만나면 충동 억제 기능을 제대로 못해 한, 원, 불안, 트라우마를 만들게 된다. 이것을 치유하려고 발버둥치는 행위가 바로 문학이 된다. 문학은 결국 카타르시스를 통해 즐거움이라는 역설적인 치료를 하게 된다.

1.4kg밖에 안 되는 뇌 속에 들어 있는 정서의 뇌는 모르긴 해도 200g도 안 되지만 이 속에서 이루어지는 정서라는 작용을 생각하다 보면 '아-신비하구나'라는 감탄사가 나오게 마련이다.

나는 정서와 문학 속에서 하루를 살아가는 소우주 속의 한 점일 뿐이다.


연규호 / 은퇴의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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