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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환 법률 칼럼] 예술과 법률의 동거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07/24 미주판 7면 기사입력 2019/07/23 14:34

두 차례의 대형 전시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2016년 7월부터 10월까지 예화랑이 주최한 ‘백남준 쇼’의 전시기획팀장을 맡았었고, 2018년 초에는 평창동계올림픽 문화ICT관센터장으로서 전시 전반을 이끌었다. 이때 몇몇 분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 “왜 변호사가 이런 업무를 하게 되었나요?” 문화예술 전시는 현장 예술가나 전시 감독의 고유 영역이라고 여기는 게 일반적이어서 이런 질문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럽다. 또한 자유롭고 창의적인 예술 영역과 딱딱한 법률은 잘 조화가 되지 않는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예술 전시, 특히 국경을 뛰어넘는 차원의 전시에는 법률적 요소가 결정적일 때가 많다. 회화, 조각, 건축 등 미술 작품은 독특한 저작권과 소유권 구조를 지닌다. 창작 그 자체의 저작권은 작가가 갖지만, 유형물로서 미술 작품의 소유권은 그 작품을 산 사람이 갖는다. 저작권자와 소유권자가 다른 경우가 일반적이다. 작품 전시의 권리는 소유자가 갖는다.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서는 소유자를 설득해야 하며 관련 조건을 법률적으로 치밀하게 협의하고 계약해야 한다. 예상되는 법률적 변수를 세심히 고려해야만 나중에 불협화음이 생기지 않는다.

소중한 예술품은 고가의 자산이기도 하다. 이것이 먼 곳으로 이동해서 전시될 때에는 이동, 보관, 전시 과정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파손이나 도난, 변질 등 불의의 상황에 어떻게 대비하고 이때 책임을 어떻게 물을지에 대한 실무적이며 법적인 검토가 요구된다. 또한 전시 행사를 통해 관람료 수입, 작품 판매 수입, 기타 상품 판매 수입 등을 저작권자, 소유자, 전시 주최자, 행사 후원자 등과 어떻게 배분할지, 전시 행사의 비용을 어떻게 분담할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때로는 개별 작품의 전시 장소 위치와 조명 등 관련 환경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작품에 대한 관람객의 무단 촬영, 전시 안내 책자인 도록의 제작 및 배포 범위 설정, 미디어에 의한 작품 공개 등 전시 과정에서 저작권 침해 이슈에 대한 검토와 관리도 필요하다. 법률과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전시회 진행에는 이처럼 첨예한 법률문제가 개입되어 있다.

고상한 가치를 담아야 할 예술 전시에 비즈니스와 법률이 얽히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분의 심정을 이해하고 존중한다. 하지만 다른 측면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저작권이 존중 받지 못하는 환경에서는 창작 의욕이 감소하기 마련이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작품을 소유한 사람이 전시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위험만 감수해야 한다면 대중이 훌륭한 작품을 접할 기회가 줄어들 것이다. 전시 행사를 후원하는 사람에게도 자부심과 함께 실익이 주어져야 한다. 이런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특히 국제적인 전시회라면 여러 나라 간 법률과 관행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예술의 창작과 작품의 소유와 전시, 활용 등에 법률적 뒷받침이 든든해야 한다. 법률이 예술에 사사건건 개입하고 통제하는 것과 예술 창작과 향유의 과정을 지원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법률의 뒷받침을 통해 한 사회의 예술이 더욱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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