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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환 법률 칼럼] 레트로(복고), 키치(B급) 그리고 저작권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09/04 미주판 7면 기사입력 2019/09/04 07:27

뉴욕 패션 업계에 복고(retro) 열풍이 불어 닥친 적이 있다. 1990년대에 유행했던 스타일의 옷과 신발, 액세서리가 거리를 가득 메웠다. 이런 경향은 단기간에 사라지지 않고 트렌드를 형성했다. 기성 세대에게는 추억을, 그것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게는 독특함을 주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레트로 열풍이 더 심하다. ‘응답하라~’ TV 시리즈가 인기를 끈 후 1980~1990년대 풍의 음악, 디자인, 의류 등이 유행했다. 심지어 ‘∼상회’, ‘∼당’, ‘∼다방’ 등의 브랜드가 곳곳에 등장할 정도이다.

‘키치(Kitsch)’도 최근의 패션과 디자인 경향을 표현하는 대표 명사가 되었다. 키치라는 단어의 어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불량품이나 폐품을 속여 판다는 독일어 ‘Kischen’에서 비롯되었다는 추측이 설득력 있다. 어원에서 알 수 있듯이 유치하고 조잡하며 저속한 B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키치는 주류 문화의 엘리트주의, 즉 지적이고 진지하며 고급스러움에 대항하는 하나의 예술 경향으로 자리 잡았다. 서민적 대중 정서로 똑똑한 척, 잘난 척, 있는 척, 점잖은 척하는 전통적 고급 예술과 디자인을 비꼬는 방식이 된 것이다.

레트로와 키치가 대중문화와 디자인, 상품 등에 자리를 잡은 이유는 소비의 주류로 등장한 밀레니얼 세대의 가치관에서 찾을 수 있다. 이들은 개성과 희소성, 다양성을 중요하게 여기며 남들과 비슷한 스타일보다는 자기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고집하는 경향이 강하다.

앞으로 비즈니스나 디자인에서 레트로와 키치 콘셉트를 적절히 잘 활용하면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를 함께 아우르며 신선한 매력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단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저작권’이다. 레트로와 키치에서는 ‘모방’이 중요한 방법이다. 레트로는 과거를 모방하고 키치는 주류를 왜곡하여 모방한다. 이때 저작권 침해 소지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정작 레트로나 키치를 추구하는 사람은 이것을 의식하지 못한다. 레트로는 저작권 개념이 희박하던 과거의 것을 모방하고, 키치는 풍자적으로 비꼬는 것이기에 저작권은 별문제 없으리라 여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국에서 한 디자이너가 1970년대풍 서체로 브랜드 로고 작업을 했다가 곤혹스럽게 되었다. 저작권 등록이 안 된 옛날 서체라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복고풍의 2010년대 서체였다. 거의 대부분의 상품과 디자인이 상표와 특허 등록이 되어 있다. 옛날 것이나 보편적인 것이라 해서 예외는 아니다. 레트로든 키치든 모방의 구체적 대상이 있다면 반드시 저작권 협의를 거쳐야 문제의 소지가 없다.

그리고 요즘은 최첨단 주류 문화에서 레트로와 키치를 모방하는 일이 잦다. 이때도 저작권 문제를 안일하게 대한다. 저작권을 적용하기에는 너무 오래되고 조잡하다고 속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계적 명품 회사가 값싼 제품을 하청 생산하는 업체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더 뛰어나고 현대적이어야만 저작권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오래되고 조악하더라도 독창성이 있고 그것을 밝힐 수 있다면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다. 창작과 비즈니스에 레트로와 키치를 적용하려는 사람은 이 점을 항상 염두에 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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