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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수 칼럼] 개팔자

우리 옛 속담에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있다. 개는 먹고 자는 것을 주인이 다 마련해 주니 걱정할 일이 없고, 아무 일 않고 놀고 지내도 되니 그 팔자가 차라리 부럽다는 뜻이다. 주로 우리 옛 선조들이 삶이 고되고 고생스러울 때 개의 삶이 인간의 삶보다 낫다고 푸념하며 한탄 조로 하던 말이다.

물론 따져보면 개가 그저 놀고먹지만은 않는다. 집도 지켜주고 목축견은 가축을 지킨다. 예나 지금이나 사냥감을 찾고 추격하는 데 앞장서는 것이 사냥개다. 요새는 사냥개나 경비견 말고도 잘 훈련된 개들이 탈주범 추적이나 마약, 폭발물 수색 등에 일등 공신 노릇을 하기도 한다. 개썰매가 중요 교통, 운반 수단인 눈과 얼음 덮인 추운 지방에서는 썰매를 끄는 강도 높은 노동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안내견은 신체장애인의 눈과 귀가 되어준다.

개 이야기만 나오면 한국의 애완견 숫자가 1천만을 웃돈다는 요즘도 한국은 개고기 먹는 야만적 나라라는 인식이 박혀 그 변명을 하는 처지가 되곤 한다. 88 서울 올림픽 때 일부 외국 언론의 편향적이고 왜곡된 보도와 그 영향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푸들이나 치와와 같은 애완견을 잡아먹는 것도 아니고, 식용견이 따로 있고, 또 개고기 먹는 일로 치면 세계 최대 개고기 소비국은 한 해 2천만 마리를 식용으로 소비하는 중국이고, 필리핀, 베트남도 개고기 소비국이다.

개의 운명은 천차만별이다. 위로는 주인이 죽으며 남긴 거액의 유산을 상속하거나 엄청난 고액 보험에 가입된 ‘귀하신 몸 견공’으로부터 제일 밑바닥 끝자리에는 여름 복날 미식가들의 몸보신에 일조하는 식용견이 있다. 19세기 일본 개화기의 계몽 사상가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는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에 사람 없다”라는 말을 남겼다지만, 견공들에 관한 한 “개 위에 개 있고 개 아래에 개 있다”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하긴 이 후쿠자와의 어록 자체가 이상주의자의 희망 사항이기도 하지만.



사람은 모두 저 잘난 맛에 산다고 하지만 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열정과 정성은 끝이 없는 모양이다. 값비싼 고급 의상을 맞춤 주문해 입히는가 하면 반려견을 위한 보양식 전문업체가 늘어난다고 하고 인터넷 신문에서 최근 이런 글도 읽었다.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는 추연주(25)씨는 초복(初伏)이었던 지난 17일 일곱 살짜리 시베리아 허스키 ‘유키’와 두 살짜리 푸들 ‘제티’에게 보양식을 만들어줬다. 삼계탕용 닭을 사다가 압력솥에 푹 고아 닭죽을 만들고, 입가심을 위해 수박 넣은 화채도 곁들였다. 추 씨는 ‘요즘 날이 너무 더워 강아지들 입맛이 뚝 떨어졌다. 건강하게 여름을 잘 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특별 보신을 시켜 줬다”라고 했다.

암에 걸린 반려견을 위해 안락사 대신 수천만 원이 드는 방사선 치료를 하기도 하고, 미국에서는 개의 신장이식 보도도 있다 (이런 시술을 동물에게 하는 것은 사람에게 할 때보다 훨씬 비싸다고 한다). 신장 이식 수술에 앞서 신장 거부반응을 방지하기 위해 전에 분양한 그 개의 새끼를 수소문해 찾아내고 그 새끼 개의 주인이 기꺼이 장기이식에 동의해 주었다고 한다. 이쯤 되면 개팔자가 사람 팔자보다 낫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애완견이라고 다 사랑을 받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은 충동적으로 개를 사고, 개가 병들거나 개에게 싫증이 나면 개를 버린다. 한국에서 애완견을 중간에 버리지 않고 끝까지 키우는 비율은 12%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있다.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날로 증가하는 유기견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고 한다. 한국에서 연간 버려지는 유기견이 10만 마리가 넘고 그래서 생겨난 것이 개를 입양하는 일인데 그것도 미미한 수준이고 입양견이 다시 유기되는 일도 많다. 입양해 기르던 개의 발톱을 깎아주다가 손을 물려 홧김에 방망이로 개를 때려죽이고 동물 학대로 벌금형을 받은 개 주인 이야기도 있다. 유기견 보호소에서 계속 넘쳐나는 개들은 일정 기간 후 결국 안락사를 당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개팔자가 상팔자라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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