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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집안 살리려고 교단이 죽었다"

명성교회 세습 허용 결정 각계 반응

예장 통합 결국 세습 허용 결정
아들 목사 2021년 위임 목사로
"신사 참배 결정보다 더 나빠"
미주 교계서도 비판 이어져
"세습 허용 할거라고 예상했다"
일단락되서 다행이라는 의견도


기독교계를 뒤흔든 명성교회 세습 논란이 결국 '세습 허용'으로 결정났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이하 예장 통합) 교단은 2년 이상 갈등을 빚어왔던 명성교회 부자(父子) 목사의 목회직 세습을 사실상 인정하기로 했다.

예장 통합 교단은 한국의 포항기쁨의교회에서 열린 제104회 정기총회 마지막 날인 지난달 26일(한국시간) 사실상 세습을 인정하는 수습안을 통과시켰다. 거수로 진행된 표결에서 총대 1204명 가운데 920명이 명성교회 수습안에 찬성표(76%)를 던졌다. 이번 예장 통합의 명성교회 세습 허용 여부는 한국 및 미주 한인 기독교계 초미의 관심사였다. 논란은 매듭지어졌지만 반발의 목소리는 높다.

우선 예장통합의 총회장 임기는 1년이다.



그동안 이 교단의 총회장은 미주 출신의 림형석 목사가 맡았지만 이번 총회에서 김태영 목사가 신임 총회장 자리에 올랐다.

김 목사는 세습 허용을 결정한 이번 총회에서 개회 예배 설교를 통해 "사회에서 이름값을 하고 건재할수 있는 자본은 은과 금, 지식이 아니라 신뢰다. 지금 우리 한국교회는 그 무엇보다도 사회적인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당면 과제"라고 역설했다.

UCLA 옥성득 교수(한국기독교학)는 지난 1993년 4월, 예장통합에서 목회자 안수를 받았다.

옥 교수는 김태영 목사의 개회 예배 설교 내용을 두고 "그렇게 설교하고 바로 교단 신뢰도를 '0점'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설교 내용과 총회 결정은 엇박자를 냈다. 총회에서 통과시킨 명성교회 수습안 때문이다. 교단 총회가 사실상 명성교회의 세습을 인정한 탓이다.

수습안은 명성교회 설립자인 김삼환 원로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가 2021년 1월1일부터 명성교회 위임 목사직을 맡을 수 있게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왜 2021년 1월1일 부터일까. 이는 김삼환 원로목사가 지난 2015년 12월 명성교회 담임목사직에서 정년퇴임했기 때문이다. 이번 총회에서는 안건으로 (담임)목사나 장로가 은퇴하고 5년이 지난 뒤부터는 배우자나 직계비속을 위임(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있게 허용하는 교단 헌법시행령이 올라왔다. 결국 교단 총회는 '은퇴 5년 후 직계비속의 청빙이 가능'한 시행령을 통해 명성교회가 세습할 수 있는 길을 터 준 것이다.

즉, 김삼환 목사의 은퇴 5년 후가 곧 2021년이 되는 셈이다. 그 이후부터는 교단법에 의해 합법적으로 김하나 목사를 청빙할 수 있게 됐다.

예장 통합은 미주 지역 해외한인장로회(KPCA) 교단의 전신이다. 현재는 서로 자매 교단으로 많은 부분에서 동일한 헌법 체계를 갖고 있고, KPCA는 소속 교인수만 9만명에 이르는 미주 한인 교계내 최대 교단이다. 명성교회 세습 논란은 미주 한인교계에서도 주목하는 이슈였다.

현재 한인 교계에서는 이번 총회 결정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옥 교수는 예장 통합을 향해 "지난 1938년 9월10일, 신사참배를 수용했던 총회(당시 총회장 홍택기 목사)보다 더 악한 총회로 기억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옥 교수는 "세습할 수 있는 타협안을 가결함으로 비진리의 편을 선택했다. 한 목사의 집안을 살리려고 한 교단이 죽었다"며 "장고 끝에 악수를 두었다. 소탐대실, 장자의 팥죽을 목사 세습에 판 결과"라고 말했다.

LA기독교윤리실천운동 박문규 대표는 "(세습 허용은) 너무나 슬픈 일이고 교계를 생각하면 절망적인 마음만 든다"며 "가뜩이나 교회가 사회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번 세습 허용 결정으로 인해 교계가 더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세습 허용 결정을 예견한 목회자들은 많았다.

지난 8월 예장 통합 재판국이 명성교회의 세습이 무효라는 판결 <본지 8월6일자 a-4면> 을 내렸지만, 이미 명성교회측이 불복 입장을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진영석 목사(LA)는 "교단 재판국 판결은 법적 강제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명성교회가 이를 쉽게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이미 지배적이었다"며 "명성교회측도 모든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버텨왔기 때문에 결국 끝까지 세습을 관철시키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KPCA 고위 관계자는 "안타깝지만 결국 교단법 보다 명성교회가 더 힘이 있다는 걸 보여준 결과 아니겠느냐"며 "일단 결론이 났으니 현재로서는 예장 통합 교단과 명성교회가 앞으로 계속될 논란을 잘 추스리고 해결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KPCA는 세습 논란이 커지자 자매 교단임에도 예장 통합측을 향해 '한국 명성교회 세습과 관련한 총회의 입장, 교회 세습을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물론, 교단내에서 논란이 일단락됐다는 점에서 총회 결정을 반기는 목소리도 있다.

교인 심영균(LA)씨는 "자칫하면 명성교회 문제가 사회 법정으로까지 갈수 있었는데 일단 교단을 통해 매듭지어져서 다행"이라며 "당분간 논란은 계속되겠지만 더이상 외부에서 왈가왈부 할수 없기 때문에 그나마 잘된 일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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