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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환 법률 칼럼] 비슷한 옷이 왜 이렇게 많을까?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10/02 미주판 7면 기사입력 2019/10/02 10:35

패션 디자인의 저작권 침해 주의

어떤 의류 디자인이 대중적 인기를 끌면 색상과 모양이 비슷한 옷이 거리에 넘쳐나고는 한다. 어떤 경우에는 오리지널 디자인이 무엇이었는지조차 헛갈릴 정도다. 패션 분야에 디자인 카피가 유독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저작권이 적용이 느슨해서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패션 디자인은 저작권이 매우 엄격하게 적용되는 영역이다.

그런데도 패션 디자인 카피 제품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유행의 변화가 빠른 데서 찾을 수 있다. 보통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디자인이 나온다. 그런데 디자인 특허를 등록하여 보호를 받기까지는 짧게는 수개월, 길면 수년이 걸린다. 이미 유행이 지난 후일 수도 있다. 침해를 적발하고 소송을 벌이는 것이 실익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의류 디자인 카피가 많은 또 다른 이유로는 저작권 침해가 세계 곳곳에서 소규모로 일어나 일일이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뉴욕이나 파리의 럭셔리 브랜드가 출시한 디자인을 멀리 아시아의 소규모 업체들이 베껴서 수십 벌씩만 제작하여 판매한다면 침해 사실을 일일이 적발하거나 사안마다 소송을 제기하기 어렵다. 침해를 발견 후 소송에서 이긴다 하더라도 보상받는 금액이 미미한 경우도 많다. 따라서 패션 디자인 침해 소송은 주로 대형 업체 간에 이루어진다. 럭셔리 브랜드의 디자인을 대형 SPA브랜드(자사의 기획 브랜드 상품을 직접 제조, 유통하는 전문점)가 모방하는 일이 잦다.

LA의 작은 매장에서 출발해 세계 10권의 SPA브랜드로 성장한 ‘포에버21’은 한국계 이민자의 성공 신화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최근 파산보호신청을 하며 쓸쓸하게 퇴장했다. 포에버21의 몰락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잦은 저작권 소송을 당한 것도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구찌의 배색 줄무늬 디자인 카피이다. 구찌는 파랑-빨강-파랑, 녹색-빨강-녹색의 줄무늬 패턴을 브랜드 정체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디자인으로 사용해왔다. 그런데 포에버21이 이 배색 줄무늬를 자사 의류에 사용하였고, 구찌는 이를 금지하고 피해 금액을 보상하라며 소송을 걸었다. 포에버21은 “구찌의 줄무늬는 일반적인 디자인 요소로 주인이 따로 있을 수 없다”며 항변했지만 결국 패소하고 말았다. 그밖에도 여러 패션 회사들로부터 수십 건의 저작권 침해 소송을 당했다. 수많은 소송에 따른 피해 보상과 법률 비용 지출이 포에버21을 더욱 위기로 몰아넣은 것이다.

저작권자의 대응이 소극적이라고 해서 패션 디자인을 베끼는 행위가 안전한 것은 아니다. 사업을 완전히 망칠 수도 있다. 패션 디자인의 저작권 보호 범위는 매우 촘촘하다. 구찌의 배색 줄무늬, 아디다스의 3선 줄무늬, 버버리의 체크무늬 등 언뜻 단순해 보이는 디자인도 특허로 등록되어 있기에 엄격하게 보호받는다. 실제로 한국의 LG패션은 닥스 브랜드에서 버버리의 체크무늬 디자인을 모방한 제품을 출시했다가 저작권 침해 소송을 당했고 결국 패소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줄무늬와 도형, 색상 조합 등에도 주인이 따로 있을 수 있다. 의류 등을 디자인할 때는 이 점을 먼저 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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