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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호 역사 칼럼] 커피와 아메리카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이 남에게 어떻게 비치는가에 대해 신경 쓰며, 이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직장 생활을 하는 현대인에게는 특히 그렇다. 근래에는 직장인들이 커피 컵 하나를 들고 출근하는 것이 하나의 풍속도가 되었다. 그것도 허접한 커피 컵이 아닌 폼나는 컵을 들어야 자신의 품위유지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침에 정신이 나도록 카페인을 공급할 만한 것이 홍차 혹은 녹차로 있으련만 거의 모든 사람이 커피 컵을 들어야 하는 것이 일종의 풍습이 되었다. 그뿐 아니라 거의 모든 사교 모임에서도 커피 한 잔 마시는 것이 필수적인 일처럼 되었다. 그만큼 커피가 현대인과 밀접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커피가 어떻게 인류와 친숙해지게 되었는지 그 역사가 궁금하다.

커피 나무는 얼핏 생각하기에 고구마, 감자, 토마토, 땅콩, 아보카도 등과 마찬가지로 아메리카 대륙이 원산지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더구나 현재 남아메리카의 브라질에서 커피가 가장 많이 생산되므로 그렇게 추측하기 쉽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커피 나무의 원산지는 아메리카 대륙이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에티오피아 고원 지대에서만 자생하던 나무가 이제는 온 세상에 퍼져 인류의 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다.

커피라는 말의 어원은 커피 나무의 원산지가 에티오피아의 카피아(Kafia) 지방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설도 있고, 아랍어로 ‘Kahwe’라고 하던 것이 터키어로 ‘Kahve’로 되었다가 유럽에 전해져 현재와 같이 되었다고 한다. 아랍어의 ‘Kahwe’는 배고픔을 없애 준다는 뜻이라고 한다. 같은 유럽이라고 하더라도 영어에서는 커피라고 말하지만, 라틴어 계통에서는 ‘Cafe’라고 쓰며 독일어 계통에서는 ‘Kaffee’라고 쓴다.

커피가 발견된 시발점에 관해서는 다양한 설이 있다. 그중에서 칼디(Kaldi)라는 목동의 이야기가 가장 유력한 설로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그 이야기는 이렇다. 서기 900년대에 에티오피아 고원 지방인 카피아(Kafia)라는 곳에서 염소를 키우던 목동 칼디는 들판에 방목해 키우던 염소들이 앵두처럼 생긴 나무의 열매를 먹은 날 밤에는 항상 잘 자지 않고 흥분하여 밤새도록 시끄럽게 활동하는 것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 나무 열매를 직접 먹어본 칼디는 자신도 이 열매를 먹은 이후에는 잠시 잘 오지 않고 정신이 맑아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특이한 점을 발견한 칼디는 즉시 수도원을 찾아가서 수도사에게 이것을 설명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수도사는 그 열매에 악마가 깃들어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 열매를 모두 태워 버리려고 불구덩이에 넣어 버렸다. 그러자 불구덩이에 들어간 열매가 불에 익으면서 매우 특이하게 구수한 향을 풍기게 되었는데, 수도원의 수도사들이 불에 구워진 열매를 물에 우려 차로 마셔 본 후 모두 그 맛을 즐기게 되었다고 한다. 다만, 확실한 증거는 없고 그저 전설로 전해지는 이야기이다. 그 후 커피는 에티오피아에서 금세 지금의 예멘 지방을 통해 아랍 세계에 전해져 아랍인들의 이슬람 문화에서는 필수 음료가 되다시피 했다. 터키인들이 중동 지방을 석권하고 세운 오토만 투르크 제국도 그 전통을 이어받게 되었으며, 터키가 유럽을 침공하면서 커피를 마시는 풍습도 유럽에 전해졌다. 콜럼버스의 대항해 시대 이후에 아메리카 대륙에도 커피 나무가 재배되기 시작했으나, 본격적인 재배는 18세기 이후에 이루어졌다.

커피 나무는 주로 아열대 지방에서 재배하며,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 재배하면 커피의 향이 진하다고 한다. 따라서 커피가 세계적으로 보급되면서 커피 나무가 자라기에 적합한 지형적 조건을 가진 브라질 등 남미 지역에서 18세기부터 주로 많이 재배되기 시작했다. 현재 나라별 커피 생산량을 보면, 브라질이 1위이고, 그 뒤를 이어 베트남,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순이다. 베트남이 2위를 차지한 것이 의외라 하겠다. 세계적으로 커피는 현재 석유 다음으로 많이 거래되는 거래 상품 품목이다. 커피 소비량을 보면, 미국이 단연코 세계에서 1위이다. 스타벅스 커피가 세계적인 브랜드가 될 정도로 미국은 커피를 좋아하는 나라이다. 중국이 그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인구가 많은 나라이니 놀랄 일은 아니라고 하겠다. 그런데 한 사람당 커피 소비량을 보면, 놀랍게도 핀란드가 1위이고 미국은 25위를 차지한다.

구수한 향기가 매력적인 커피는 다량의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어 동물을 각성하게 하는 기능이 있다. 이렇게 사람을 각성하게 하는 카페인 성분을 함유하고 있게 된 이유는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고, 커피 나무 자신의 생존을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즉, 각성 효과가 있는 물질을 함유함으로써 커피 열매에 덤비는 곤충들을 막기 위함이다. 다시 말해, 커피에 있는 카페인은 커피 열매에 덤벼드는 곤충들에게는 치명적인 독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커피의 카페인이 치명적인 독이 되는 대신에 각성효과만 나타내는 것이라고 한다. 지금은 사람들이 커피를 즐기게 됨으로써 커피 나무가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커피 나무는 카페인을 함유하게 되어 매우 성공적인 번식 방법을 갖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누가 알겠는가? 혹시 카페인이 곤충에게 독이 되듯이 사람에게도 우리 모르게 다소 독이 되고 있는지 말이다. 다만, 사람들은 카페인의 위력에 취해서 그 위험을 모르고 지내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뭐든지 지나치면 해롭다고 봐야 하므로 커피도 적당히 마시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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