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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희 박사의 '몸&맘'] 약 부작용만 들추는 건 '큰 부작용'

황세희 박사
황세희 박사 

[LA중앙일보] 발행 2019/10/16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19/10/15 17:54

2004년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항우울제 치료가 청소년 자살 위험을 높인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청소년에게 우울증 치료제를 처방하던 선진국 의사들은 항우울제 처방을 극도로 자제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청소년 자살률이 미국에서 22%, 네덜란드에서 49% 증가하는 비극으로 나타났다.

'빈대 한 마리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옛말이 생각나는 사건이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최근 1~2년간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환자들이 약물치료 부작용에 대한 지나친 경고와 우려 때문에 치료를 중단하는 사례가 급증했다고 밝힌 바 있다.

ADHD 환자는 집중력이 떨어지고 부산해 물건을 잃어버리는 건 다반사며, 수업시간에도 벌떡 일어나 화장실에 가는 식의 충동적인 행동을 한다. 당연히 부모나 교사로부터 늘 혼이 나는데 아무리 혼을 내도 개선이 안 된다. 산만하고 충동적인 행동이 집중력을 담당하는 앞쪽 뇌에 이상이 있는 탓에 아이의 의지만으로는 산만하고 충동적인 행동을 조절하긴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의 행동을 초래한 뇌에 작용해 집중력을 증가시키는 메틸페니데이트 계통의 약물을 복용하면서 행동수정과 심리상담을 받아야 효과를 본다.

만일 이런 치료를 간과한 채 아이에게 무조건 '집중하라'고 혼을 내면 아이는 반항심만 커지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말 안 듣는 아이'로 낙인찍힌다. 이 상태로 청소년이 되면 문제아가 되기 쉬운데 실제 환자 세 명 중 한 명은 중도에 학업을 포기한다.

이 병은 어린이 약 5%가(남자가 여자의 3~4배) 앓을 정도로 흔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병에 대한 인식 부족과 정신과 치료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까지 겹쳐 제대로 치료받는 경우가 열 명 중 한 명도 채 안 된다. 즉 90% 이상의 환자가 방치되는 셈이다.

이 상황을 악화시킨 일들도 최근 잇따라 발생했다. 언론들이 ADHD 치료제에 대한 부작용을 집중 보도하고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서 ADHD 치료제를 집중력을 높여 성적을 올리는 약으로 오·남용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당국은 서둘러 처방기준을 강화했고 일선 학교에서도 통신문을 통해 약물치료 부작용에 대한 경고장을 배포했다. 경고장에는 약 부작용으로 돌연사, 혈압 상승, 심장박동 증가 등 듣기만 해도 무서운 단어가 나열됐다. 이를 접한 환자보호자들은 약 사용을 중단하고 비과학적 치료에 의존하는 경우도 속출했다.

전문가들은 약 부작용으로 돌연사 위험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며, 혈압도 1.2㎜Hg~2㎜Hg 상승하는 정도라고 한다. 즉 여러 가지 부작용을 고려해도 환자는 약물치료를 받는 게 훨씬 이득이다. 모든 약은 효과와 부작용이 상존한다. 하지만 허가받은 약은 확실한 치료효과를 기대하며 적절한 용량을 사용할 경우 분명 '약'으로서의 제구실을 할 수 있다.

21세기 현대 의학의 혜택을 받는 국민이라면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하다 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한다.

▶한국 중앙일보 의학전문 기자 출신인 황세희 박사는 현재 국립중앙의료원 건강증진 예방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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