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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한국인 미술가들 -34] 서양화가 박경희

'생명'을 그린다
뿌리·사랑·마음 등 제목 자주 등장

서양화가 박경희는 1947년 부산에서 출생해 서라벌예술대학을 졸업(66학번)하고 한국에서 작품활동을 하다 1980년대 미국으로 이주했다. 한국과 프랑스, 미국에서 초대전을 포함해 10번 가까운 개인전을 가졌고 수십회의 그룹전에 참가했다.

현재 퀸즈에 살면서 워드-나시 화랑 소속으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박경희는 주로 종이와 캔버스에 아크릴과 유화 물감으로 그림을 그린다. 과거 작품 중에는 대작도 있지만 대부분은 중간 또는 작은 작품들이다. 박경희의 그림은 인체 내부의 세포 등 세밀한 부분을 크게 확대해 이를 탄탄한 조형력으로 형상화한 작품들이다. 지난 2001년 9·11 사태가 일어났을 때 희생자들을 상징하는 사람 얼굴을 원형의 세포핵 안에 그려 넣은 현실 참여적인 작품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화려한 색감과 원형질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형태를 통해 박경희류의 미술 언어로 승화시키고 있다.

박경희의 그림 하나 하나는 놀랄 정도로 밝고 화사하고 힘찬 에너지를 뿜어낸다. 붉은 색은 물론 푸른색과 황색, 녹색 등을 자유자재로 쓰면서도 형태가 단순 명쾌하다. 색에 대한 타고난 감수성과 오랜 수련 기간을 통해 구축된 회화성이 그림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가 있다. 당연히 보는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맥박이 뛰고 시원한 느낌이 든다.



물론 아크릴 물감 자체가 밝은 그림을 그리는 데 적합한 소재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박경희가 그림을 통해 추구하는 세계가 그만큼 밝고 따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박경희의 그림은 세계 어느 화가에게서도 발견하기 어려운 잔잔한 생명력을 담은 따뜻한 초현실주의 화풍을 개척해 내고 있다.

“나는 인간과 뭇 생명체가 가진 생명의 근원과 본질, 에너지를 그림에 담는다. 내 그림 제목 중에 배아(胚芽)와 뿌리, 사랑, 마음 등이 자주 나오고 인체 내부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나는 인간의 원형적이고 내면적인 형상을 그리면서 인간 실존의 상징적인 의미를 찾고자 한다.”

이러한 박경희의 예술적 여행은 젊은 시절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박경희는 대학을 졸업한 뒤 서울서 가진 개인전에서 당시 화단에서는 금기시되던 인체의 성기를 그린 작품을 전시해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림 대부분은 견고한 해부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인체 내부의 모습을 들여다 본 것이지만 근대 한국 문화계의 터부 중 하나를 깨뜨린 것만으로 ‘여류화가 박경희’는 세간의 화제가 됐다. 그러나 이 같은 박경희의 예술을 형성시킨 토대는 다소 어두운 경험에서 출발한다.

“어렸을 적 한국전쟁 때 아버지가 인민군의 손에 이끌려 죽음을 당했다. 아버지가 그리워 비를 맞고 걷기도 했고, 공동묘지에서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하기 위해 장시간 머물기도 했고, 인체 해부에 몰두하고, 철학 책에 깊이 빠지고, 발 밑에 있는 풀잎의 의미를 찾고자 노력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인간 존재의 실상과 의미를 찾기 위해 고뇌의 젊은 시절을 보냈다. 나의 그림들은 바로 그러한 물음에 대한 해답이자, 실존의 방황 속에 쌓아 올린 구원의 한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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