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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희 박사의 '몸&맘'] 성욕과 보수주의

황세희 박사
황세희 박사 

[LA중앙일보] 발행 2019/11/13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19/11/12 18:22

인터넷 포르노물을 즐겨 보는 사람들은 어떤 성향을 가졌을까. 성적으로 개방적인 생각을 가졌을까, 아니면 보수적인 사람들의 반란적 행동일까.

하버드 경영대 벤저민 에델만 박사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유료 포르노 사이트에 가입한 미국인의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 유타주(1000가구당 5.47명)라는 연구 결과를 '저널 오브 이코노믹 퍼스펙티브스'에 발표해 주목을 끈다. 유타주는 음식점에서 술을 안 팔 정도로 미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지역이다.

물론 유타주에 국한된 일은 아니며, 동성애를 금기시하고 남녀의 전통적 역할을 강조하는 보수적인 다른 지역들 역시 진보적인 지역보다 인터넷 포르노물 애용자 비율이 높았다. 정치적 성향도 비슷해 인터넷 야동 애용자가 많은 10개 주 중에선 8개 주가 2008년 대선에서 공화당의 존 메케인 후보를 지지한 반면 야동을 적게 본 10개 주 중에선 6개 주가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를 지지했다.

이런 결과에 대해 에델만 박사는 "유타주 주민들이 유난히 포르노물을 좋아해서라기보다 보수 성향이 강할수록 인터넷이 아닌 집 밖 저잣거리에서 포르노물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성에 대한 본능적 호기심과 욕망은 인간의 두뇌에 각인돼 있다. 따라서 어떤 방법으로든 해결책을 모색하기 마련이다. 다만 해소 방법이 사회·문화적으로 다를 뿐이다.

정신의학적으로 건강한 성은 '사랑'과 '친밀감'이 전제돼야 하며 성행위는 이를 완성하기 위한 촉매제다. 따라서 성에 대해 지나치게 억압하거나 반대로 과도하게 개방적인 환경에서 성장한 경우, 열등감·불만·무력감에 사로잡혀 정상적인 인격을 형성하지 못하고 일탈된 행동으로 성욕을 충족시키기 쉽다. 예컨대 음담패설을 즐기고 성능력을 과시하는 사람 중엔 실제 성생활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음담패설이 성적인 욕구 불만을 해소하는 통로인 셈이다.

남의 성행위를 훔쳐보는 관음증, 타인에게 성기를 노출하는 노출증 등 금기된 성행동을 즐기는 사람 역시 인격에 문제가 있다. 성에 대한 인식은 인격과 더불어 형성되기 때문이다. 실제 성 문제가 있는 사람의 정신을 분석하면 콤플렉스, 유년기 성폭행 경험, 성 호르몬 장애, 성기능 장애 등 다양한 원인이 발견된다.

인간의 내면엔 선악과를 먹고싶은 원초적 유혹도 상존한다. 금지된 행위에 대한 호기심, 터부를 깰 때 느끼는 흥분과 희열 때문이다. 이런 유혹은 초자아(도덕과 양심)가 죄책감을 발동해 제어하지만 유혹은 심연에 남는다. 따라서 인간의 본능이나 원초적 유혹은 적절한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해소할 묘안을 찾아야 한다. 마냥 엄격한 잣대나 금욕생활을 강조할 경우 오히려 병적인 형태로 폭발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욕망과 유혹을 건전하게 발산할 분출구로 청소년에게 격정적인 스포츠를, 또 적정 연령의 남녀에게 혼인을 권하는 이유다.

▶한국 중앙일보 의학전문 기자 출신인 황세희 박사는 현재 국립중앙의료원 건강증진 예방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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