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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보조장치로 사는 인생

드디어 남편이 보청기를 끼었다. 남의 말을 잘못 알아 듣고 딴소리를 하거나 작은 소리로 하는 이야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 비밀 이야기도 못하겠다는 나의 지청구를 듣다가 결국 보청기를 착용했다.

보청기를 끼고 운전을 한 남편은 "우리 차가 오래됐지만 아주 성능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보청기를 끼니 깡통차 소리가 나네"한다. 나는 "원래 소리가 났는데 당신 귀에 안 들린 것 뿐이에요. 이제 깡통차 운전수 됐네"하고 웃었다.

남편은 오래전부터 청력이 떨어진 것을 알고 있었다. 군대 갔을 때 총을 잘못 쏘아서 1주일 동안 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는데 그때 한쪽 청력이 손상된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도 별일 없이 잘 살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급격히 떨어진 청력 때문에 TV를 틀땐 너무 크게 해서 내가 옆에서 힘들어 하니까 이어폰을 꽂고 따로 들었다. 미안할 때도 많다.



남편은 세상에서 나는 좋지 않은 소리를 다 듣지 않게 귀가 서서히 잘 들리지 않는 것도 괜찮다고, 농담 삼아 말한 적이 있다.

남편은 보청기를 껴서 이젠 아주 좋으려니 했는데 집에 오더니 얼른 빼 놓는다. 너무 작은 소리까지 들리는 게 더 힘들다고 한다. 마누라 잔소리가 더 크게 들릴까 봐 걱정이라는 농담도 한다.

눈이 나빠 안경 쓰고 귀가 안 좋아 보청기 끼고 이가 안 좋아 의치를 끼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이제는 모두 보조장치로 살아야 되나보다. 아무리 100세 시대면 무엇하나. 온전치 못한 몸으로 사는 것은 힘든 일이다. 문득 성경 말씀이 생각난다.

'그때에 눈 먼 사람의 눈이 뜨이고, 귀 먹은 사람들의 귀가 열리고, 그때에 저는 사람은 사슴처럼 뛰고, 말 못하는 사람의 혀는 기뻐 외칠 것이다.'


정현숙 /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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