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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기생충', 팩트인가 픽션인가

이쯤되면 '두 유 노우 BTS(Do you know BTS)?'보다 '해브 유 신 패러사이트(Have you seen Parasite)?'가 더 많이 들려올 듯하다.

봉준호 감독이 만든 영화 '기생충(Parasite)'이 미국에 상륙하면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벌써 외국어 영화로서 올해 최고의 입장료 수익을 올렸다. '독도는 우리땅'을 바탕으로 만든 여 주인공의 대사 일부가 패러디되기도 하고, 짜파구리 제조법을 알려달라는 SNS 포스팅도 보게 된다.

한인들 입장에서는 한국의 예술 문화가 미국에서 인기를 끈다면 이는 매우 신나고 즐거운 일이다. 학교와 직장에서 지인들이 BTS를 아느냐, 트와이스는 언제 미국에 오느냐, TV에 세븐틴이 나오더라고 이야기가 나오면 일단 어깨부터 으쓱해지니 말이다. 50대인 한 지인은 이웃 가족과 직장에서 하도 질문이 많아 최근 BTS가 7명으로 구성됐다는 것부터 주요 타이틀 곡들과 멤버의 이름도 공부를 했다고 하니 그 관심과 인기를 실감케 한다.

이제 적어도 영화 이야기가 나오고 대화 참가자 중에 한인이 있다면 반드시 기생충과 봉준호의 이름이 언급되고, 뭔가 이야기를 내놓지 않으면 어색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봉준호 감독이 미국인들에게 사회적 갈등과 고통을 보여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설국열차'를 통해 묘사된 극한의 계급 갈등, 또 그것이 우리 모두의 미래일 수 있다는 소름끼치는 은유적 묘사는 영화를 관심있게 봐온 관객이라면 잘 기억하고 있다.

기생충은 설국열차의 극단적인 계급 갈등을 한국으로 옮겨놓은 것이라는 인상을 모두들 받게된다.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 본능과 그럼에도 감추지 못한 자존심의 발로가 끝내 표출되며 극한으로 치닫는 구성이 그렇다.

영화의 숨막히는 스토리에 미국 비평가들은 '소셜 스릴러', '다크 코미디', '리치 호러 무비' 등을 섞어가며 찬사 일색이다.

그런데 기생충 이야기를 꺼내는 미국인 친구들은 대화 말미에 조심스럽게 묻는다.

과연 기생충에서 묘사하는 한국의 현실은 정말 '현실'인지 아니면 '드라마'인지.

순간 머뭇거리게 된다. 답의 진정성보다 대답을 듣는 친구나 직장 동료가 한국을 어떻게 생각할지 눈치를 보게 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한국에서는 언론들조차도 국적불명의 신조어 '팩션(faction)'을 자주 쓴다. 진실(fact)에 근거한 허구(fiction)를 조합한 것이라고 한다. (정작 faction이라는 단어는 '계파, 분파'라는 뜻) 기생충을 팩션의 카테고리에 넣겠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국의 평론가들이 기생충을 설명할 때 반드시 언급한다. 하지만 정말 영화에 허구가 들어간 것일까. 아니면 허구가 많다고 생각해야 마음이 편해지는 것일까.

한국은 광케이블이 전국에 깔렸고, 누구나 자신의 주장을 거리에서 외칠 수 있으며, 각자 민주주의의 정의도 다를 만큼 진보하고 풍요한 나라가 됐지만 고질적인 부와 가난의 대물림, 급발전한 경제구조에 따라가지 못해 도태된 빈곤층의 현실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그들 사이의 갈등과 증폭된 오해, 차별과 멸시, 저항의식은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팩션으로 믿더라도 깊은 빈부의 골은 다시 현실과 사실로 돌아온다고 이야기하면 너무 비관적인 시각이 되는 것일까.

지구촌 사람들은 기생충이라는 한국의 현실을 접하고, 싸이와 BTS의 화려한 무대 뒤에는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회경제적 아픔과 분노도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다만 가장 가깝게 그들에게 팩션이 아닌 팩트를 설명해줘야 하는 어려운 일은 우리의 몫이어서 마음이 부담스러워질 따름이다.


최인성 / 기획콘텐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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