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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인권' 정부의 탈북어민 북송

김형재 / 사회부 차장
김형재 / 사회부 차장  

[LA중앙일보] 발행 2019/11/29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19/11/28 12:06

'문 대통령,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실상 재가'본지 11월 22일자 A-1면>. 김연철 장관 '대통령에 사전 보고' 발언 번복 <본지 11월 23일자 A-2면>.

한국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70년 지나니 그저 잊고 살 뿐이다.

누군가 말한다. "이미 죽어버린 할배·할매들이 남긴 '유령의 저주'를, 남과 북 사람들은 머리에 이고 산다…." 누가 이 말을 했냐고? 2007년 10월 평양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과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나눈 대화다. 이 대화록은 남한 정치싸움 덕에 공개됐다. 두 사람이 나눈 대화록 정독을 권한다. 유령의 저주를 놓고 남·북 정상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 한반도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면 같이 고민해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

유령의 저주가 또 현실을 덮쳤다. 이번에는 반공이 아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측을 엄습했다. '눈'을 가리고 현실(법)을 외면한 채 대의로 치장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지난 7일(한국시간) 6일 전 동해에서 나포된 탈북 어민 2명을 판문점까지 몰래 데려가 강제 북송했다. 탈북 어민 두 사람이 북한 선박에서 16명을 살해한 혐의를 진술해서다.

지난 21일 LA를 방문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자가당착에 빠졌다. 장관도 행정처분 주체로서 강제 북송에 동의했느냐 물으니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청와대 국가안보실 강제 북송 결정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전 보고까지 했다고 확인했다.

기자는 상식을 물었고 그는 답했을 뿐이다. 이후 국정원과 통일부 직원은 머리를 맞댔고, 이튿날 김연철 장관은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을 기사로 썼다"며 발언을 번복했다. 김 장관이 말을 바꾼 이유는 스스로 떳떳하지 못해서다. 책임추궁이 자명한 상황, 그도 장관 이전에 사람이니까.

대한민국 헌법 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한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북한 정부 주권을 인정하지 않고, 북한 주민은 헌법상 남한 국민 자격을 갖춘다는 말이다.

분단 70년 동안 반공 세력은 이 헌법을 들어 북한 정부를 괴뢰 정부, 인민을 핍박하는 때려잡아야 할 세력으로 취급했다. 반면 평화 세력은 1992년 남북 유엔 동시가입(국제법상 양측 모두 합법 정부라는 인증)을 들어 남한 영토는 휴전선 이남, 국제법 존중을 촉구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후자의 손을 들어준 모습이다. 탈북 어민 2명은 자필 귀순 의향서에 서명했다. 대한민국 헌법상 자국민 지위 자격이 충분했다. 하지만 안보실은 그들이 북한 국적임을 앞세워 강제 북송을 강행했다.

탈북 어민 강제 북송 논란의 핵심은 이 지점이다. 행위 주체가 청와대와 문재인 대통령,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질 의무를 진다. 헌법을 수호하고 준수할 책임이 따른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국가라면 부인할 수 없는 명제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강제 북송에 동의하고 이를 사전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장관과 대통령이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잠재적 국민'을 북한으로 강제 북송했다. 헌법 위배라는 심각한 사안이다. 유시민이 말하는 진영논리를 들이밀 수도 없다. 조국이 말하는 몰랐다는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인권을 앞세우는 현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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