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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TALK] 헨델이 놓은 순례길

11월 말 추수감사절 연휴가 지나면 한 해를 마무리하는 모드로 접어든다. 연말 특수를 기다리는 업종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난다. 이 기간을 특별하게 보내기 위해 뉴욕을 찾는 이방인들도 몰려오는 시기이기도 하다. 수많은 먹거리와 볼거리가 넘치는 뉴욕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



브롱스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빌리 조엘은 올 겨울에도 어김없이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5회의 공연을 연다. 이달 중순에 시작된 빌리 조엘의 공연 시리즈는 지금까지 100회가 넘게 열리고 있는데, 이는 최다 숫자로 기록되고 있다. 시각 장애를 딛고 불굴의 스타로 자리매김한 팝페라 가수 안드레아 보첼리 역시 같은 장소에서 두 번의 공연을 연다. 팝의 여제 머라이어 캐리와 저명한 CCM 가수 크리스 톰린 역시 이 곳에서 연말 공연을 펼친다.





뉴욕 팝스는 팝 음악을 전문으로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로 지금까지 300여 회에 달하는 공연을 열어왔다. 음악을 사랑하는 뉴요커들의 눈도장을 받아온 겨울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12월 31일에 열리는 뉴욕 필하모닉의 송년음악회는 미국 뮤지컬계의 상징적인 인물인 스티븐 손드하임의 곡들을 모아 무대에 올린다. 그는 퓰리처상을 비롯해 그래미상, 토니상, 아카데미상을 거머쥔 입지적 인물이다. 같은 날 펼쳐지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송년 음악회는 스타 소프라노 안나 넵트렙코가 등장한다. ‘라 보엠’ ‘토스카’ 그리고 ‘투란도트’의 명장면을 선보이는 무대로, 오페라 애호가라면 뉴욕행 비행기 티켓을 끊고 싶을 충동이 생길만한 공연이다.



유명 아티스트와 전문 공연단체들만 연말 무대를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1년 중 가장 많은 ‘메시아’ 연주가 펼쳐지는 시기가 바로 12월. 올해도 어김없이 뉴욕 필하모닉, 뉴저지 심포니, 성 토마스 교회, 트리니티 교회 월 스트리트 등과 같은 메시아 공연으로 널리 알려진 단체의 연주 이외에, 로컬 공연장이나 교회들을 중심으로 메시아 공연이 올라간다. 헨델이 작곡한 메시아는 예수의 일생을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간 이 작품으로 인류가 남긴 역사상 가장 뛰어나고 위대한 예술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죽기 전에 꼭 해봐야 할 소망 목록으로 합창단에서 “메시아 전곡 부르기”를 뒀다는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메시아는 총 53곡에 전곡 연주 시간만 2시간이 넘어가는 긴 작품이다. 많은 수의 합창곡을 익히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모든 성부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기 때문에 각 곡마다 기본적인 얼개를 이해하고 있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만큼 자신이 부를 파트는 물론이고, 곡 전체를 익히고 이해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게다가 정확한 발성을 익히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스페인 북서부에 위치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향해 걸어가는 산티아고 순례길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물이 되었다. 다니던 직장까지 정리하면서까지 수십 일을 걷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작년 한 해에만 이 길을 걸은 사람은 약 33만 명에 달한다. 약 500마일에 달하는 길을 걸으며 자신을 오롯이 마주한다. 그리고 혼자인 줄 알았던 여정 속에 같은 길을 걸어가고 다른 누군가가 있음을 깨달으며 인생을 배운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한다.



메시아에 도전하는 사람들 역시 이와 비슷한 이유가 아닐지 생각해 보았다. 만일 그렇다면 메시아는 헨델이 놓은 순례길이다. 아름다운 음악이 선사하는 기쁨과 공연 일에 맛보는 성취의 카타르시스도 큰 보상이다.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순례길과도 같은 준비 기간 동안 절대자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조우한다. 합창 음악에 관심이 있다면, 내년을 목표로 가까운 지역의 로컬 합창단이나 성당이나 교회 성가대의 문을 두드려 봄이 어떨까.

김동민 / 뉴욕 클래시컬 플레이어스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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