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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희 박사의 '몸&맘'] 죽음도 삶의 일부분이다

황세희 박사
황세희 박사 

[LA중앙일보] 발행 2019/12/11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19/12/10 19:00

무엇이 인간의 삶을 위협하고 두려움에 떨게 하는 걸까. 전쟁·기아·재앙·사고·질병…. 모두 '죽음'을 연상시킨다는 공통점이 있다.

죽음은 출생과 동시에 인간에게 주어진 숙명이다. 하지만 덤덤하게 받아들이기엔 공포스럽다. 생존본능이 죽음을 꺼리는 데다 초행길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엔 막연히 거부감이 들지만 가족·이웃·친지 등 주변 사람의 사망 소식을 접하면서 죽음은 현실적인 공포로 다가온다.

피하고 싶다, 아니 최대한 잊고 싶다. 그래서 두려움을 벗어날 방도를 찾는다. 방법은 다양하지만 무의식의 세계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본인은 실체를 인식하지 못한다.

누군가는 위험한 모험을 통해 죽음을 극복한 감격을 맛본다. 어떤 일에 광기 어린 집착을 보이면서 공포심을 떨치는 이도 있고, 때론 영원히 공포심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도 한다.

더 많은 사람은 최대한 죽음을 멀리할 영생의 길을 꿈꾼다. 이런 일엔 현실 세계의 승자들이 앞장서 왔다.

불로초를 찾는 일은 기원전 2000년께 쓰여진 인류 최초의 서사시 '길가메시 서사시'에도 나와 있을 정도다. (당시 최고 권력자인 우르크왕 길가메시가 친구의 죽음을 본 후 영생의 비법을 찾아 떠나지만 결국엔 빈손으로 귀향한다)

종교적 신앙심·후손·물신 숭배 등도 불멸을 추구하는 방법이다. 이 중 현대인은 물신 숭배를 선호한다.

신앙심은 깊지 않으면 회의가 뒤따르기 쉽다. 후손을 통해 유전자를 남기는 일 역시 영생의 믿음을 주기엔 미흡하다.

반면 물신은 "현실에서 가장 위협적인 것을 부정하는 수단"이라는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의 설명처럼 눈에 보이기에 죽음의 공포를 떨치는 숭배의 대상으로 적합하다.

현대사회에서 물신은 돈이다. 필요한 물건과 쾌락·권력 등을 살 수 있는 힘이기 때문이다.

돈(혹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불멸의 환상을 제공하는 과정은 이렇게 설명된다.

예컨대 '1억원'을 모으겠다는 목표를 정해 보자. 그 순간부터 내 인생의 시계 바늘은 목표가 달성될 미래에 고정된다. 즉 1억원을 모을 때까지 나는 죽음과 무관한 사람이라는 환상을 갖게 된다. 이런 환상은 2억, 5억, 10억 하는 식으로 목표를 변경하면서 계속된다. 그래서 큰 부자, 작은 부자 할 것 없이 재테크 행렬에 나선다.

하지만 "돈은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을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행복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는 프로이트의 주장은 여전히 진실로 통용된다.

현재의 의학 수준에서 보통 사람이 건강관리로 도달할 수 있는 천수는 90세 정도다. 100세인은 1000분의 1 확률인 장수 유전자를 타고난 사람 몫이다. 의학계에선 유한한 삶을 최대한 행복하게 누리기 위해선 '심신의 한계점'을 인식하고 목표와 행동을 정해야 한다고 권장한다.

즉 밥도 알맞게, 운동도 체력에 맞게, 욕망도 적절히 조절하면서 항상 죽음을 염두에 두고 준비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삶이 유한하다고 느낄수록 매 순간이 더 소중해지면서 현실적인 행복을 찾기 때문이다.

▶한국 중앙일보 의학전문 기자 출신인 황세희 박사는 현재 국립중앙의료원 건강증진 예방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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